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대형 인수합병(M&A) 불발이 이어지며 인수 철회 금액이 6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닛케이신문은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올해 파기된 글로벌 기업의 인수 추진 금액은 약 4500억달러(약 460조원)라고 전했다. 전년 동기 50% 증가하며 지난 2008년 이후 최대다. 전년보다 인수 추진 건수는 적지만 대형 M&A건이 증가하며 인수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커진 탓이다.
올해 인수 불발이 계속됐던 요인 중 하나는 적대적인 인수 제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가장 큰 M&A 이슈였던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 제안 금액이 낮다고 계속 협상을 거절하며 끝났다. 화이자는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지 않고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 협상에서 제시했던 금액은 총 690억파운드(약 120조원)으로 지난 2008년 호주 철강 원재료 공급사 BHP빌리톤과 영국 리오틴토 인수에 이은 역대 2위 규모다.
업계는 적대적 인수는 인수 가격이 결국 상승해 회사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달 초 21세기폭스가 타임워너 인수를 철회한 것 역시 신용등급 강등 등 재무 위험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점차 적극적으로 인수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각국 정부도 M&A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화이자의 아스트라제네카 인수 추진 당시 영국 정부는 화이자에 고용유지를 요구하며 향후 해외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 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침도 마련했다. 프랑스 알스톰을 둘러싼 인수전에서도 프랑스 정부는 특정기업을 인수할 때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4위 T모바일 인수를 추진하다 포기하게 된 배경도 정부 규제 때문이다. 반독점법을 의식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