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의료’ 기업 투자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갑절가량 수직 상승했다. 6개월간 투자금액이 지난해 1년간 투자한 금액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바이오·의료 투자 금액의 갑절을 넘어섰던 ‘ICT제조’ 투자금액을 압도했다.
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C의 바이오·의료 투자가 지난해 대비 90% 가까이 상승한 1128억원(39개 기업)으로 전체 투자액의 16%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이뤄진 VC의 바이오·의료 투자 규모인 1463억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올 상반기 벤처캐피털 투자는 바이오·의료에 이어 영상·공연·음반(1095억원), ICT제조(900억원), 전기·기계·설비(867억원), 게임(696억원), ICT서비스(660억원), 유통·서비스(597억원) 화학·소재(540억원) 등의 순이었다.
바이오·의료 투자가 ICT제조 영역 금액 규모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오·의료 투자 확대가 ICT 분야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바이오·의료업종 투자가 몰리면서 상반기 가장 큰 폭 감소한 ICT제조 영역 신규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40%가량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료 투자 급증은 지난해와 크게 뒤바뀐 판세를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에서 32%에 달했던 ICT 분야 비중은 올 상반기 23%로 크게 줄었다. 반면에 16%를 넘어선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 비중은 2000년대 초반 2~3% 수준에서 2011년 7%, 2012년 8.5%, 2013년 10.7%로 소폭 늘어온 데 이어 올해 급증했다.
투자받은 바이오·의료업체 수도 2008년(23개) 이후 해마다 증가해왔다. 바이오·의료 투자기업 중 업력 기준으로는 설립 7년 이상 된 ‘후기’ 기업 투자 비중이 79.4%에 달한다. 지난해 61.2%보다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초기(업력 3년 이하)’ 기업 투자 비중이 12.8%에 그쳐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업력을 쌓은 기업 위주의 투자가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바이오·의료 후기 기업 투자가 늘면서 VC의 상반기 전체 투자기업 업력 평균치도 상승했다. 상반기 전체 VC 투자금 규모로 7년 초과 기업 투자액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투자 유형별로는 보통주가 15.2%, 우선주가 27.7%, 전환사채가 48.9%, 신주인수권부사채가 2.0%를 각각 차지했다.
<VC의 바이오·의료 투자금액 현황 /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업종별 VC 신규 투자 현황 /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