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암(ARM)의 서버 침투

저전력을 무기로 서버 시장 진입을 노리던 암(ARM) 진영이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텔 중심의 x86 서버 시장을 무너트릴 것으로 모았던 관심은 어느덧 사라지고 협력 체계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암(ARM)의 서버 도전기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메이저 서버 업체에서 나온 암(ARM) 기반 제품은 HP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현재 주문생산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오일 탐사나 지진 탐사 등 특정 분야에 한정돼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1년 HP가 암 기반 서버 개발을 공개했을 때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세계 최대 서버 제조사가 기존 x86 계열의 CPU가 아닌 암 프로세서를 채택, 서버 산업 지형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암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지만 서버 시장에서는 도전자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HP의 적극적인 동조에도 한계를 넘지 못했다. 서버용 암 CPU는 호환성이 떨어진다. 스마트폰과 달리 서버 분야에서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또 암 기반 서버 CPU는 32비트 시스템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SW들은 더 빠른 처리를 위해 64비트 시스템을 필요로 했다.

이에 암은 지난 2012년 10월 64비트 저전력 칩을 공개하고, 삼성전자·AMD·HP·칼세다 등으로 진영도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계가 흔들렸다.

서버용 암 CPU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던 칼세다가 지난해 말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삼성전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삼성은 오히려 사업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진행하던 64비트 서버 CPU 개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기회 잡을 것인가

암 기반 서버용 CPU 양산 계획을 분명히 한 곳은 현재 AMD와 어플라이드마이크로 정도다. 그러나 CPU 차질에 서버 제조도 영향을 받으면서 암 진영의 장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델 서버 솔루션 부문을 총괄하는 포레스트 노로드 부사장은 “CPU와 서버 출시가 지연되면서 시장의 기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출시가 늦어지는 동안 경쟁사의 기술은 발전해 암 기술만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델은 암 서버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상용화 여부는 결정하지 않고 있다.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CPU 제조사든 서버 제조사든 암 진영에서는 추진력 있는 기업이 부재하고 협력 관계도 확고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HP는 암 서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연말 64비트 암 프로세서를 사용한 서버를 출시할 계획이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가 제조한 CPU를 탑재, 보다 수요가 다양한 범용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암 서버 진영에 HP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