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초부터 강력한 규제개혁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등록규제 건수는 오히려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는 소소한 규제는 철폐되는 가운데 큰 규제는 되레 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규제의 ‘양’과 ‘질’에서 모두 업계 불편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17일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중앙부처 규제는 총 1만5326건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말 1만5165개였던 규제는 지난해 말 1만5260개, 올 3월 말 1만5303개 등으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박근혜정부는 연초부터 강력한 규제 타파를 내세웠고 3월 말에는 규제개혁장관회의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업계에서 ‘규제총량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까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규제 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일부 법령 개정이 필요한 것들이 있어 규제 감소가 미흡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활성화 차원의 규제완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기업계는 기업활동을 위축하는 굵직한 규제는 올해 더 확대됐다며 불만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손톱 밑 가시’는 뽑고 있지만 ‘발바닥의 대못’은 더 많아지고 있다”며 “작은 규제는 없어지고 있지만 기업활동에 파장이 큰 규제는 올해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개선된 규제는 △일반화물차의 푸드트럭 허용 △항공사의 기내면세주 통신판매제도 개선 △뷔페사업자의 빵류 구입 지역 범위 확대 등이다.
반면에 최근 도입된 규제는 기업 활동에 파장이 큰 규제가 적지 않다. 재계는 △고용행태 공시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자 자율적 근로형태 공시) △대형마트 영업제한 두 시간 확대 △비등기 임원으로 연봉공개 대상 확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사내유보금 과세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을 새로 발생한 ‘대못 규제’로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보호와 관련된 착한 규제도 있다. 하지만 기업체에는 대체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 다수다.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마련된 법안도 국회에 대거 묶여 있다. 크루즈산업 육성법이나 관광진흥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법안, 크라우드펀딩 육성안 등은 여러 이유로 국회에서 장기 계류 중이다. 별다른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언제 법제화가 이뤄질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이달 하순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는 세월호사태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규제개혁에 정부가 보다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는 속성상 특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스멀스멀 늘어나곤 한다”며 “경제활동 핵심 주체인 기업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강력한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표]올해 신규 도입 및 시행 예정인 규제
*자료: 업계 취합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