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이후 빙하가 급속히 녹는 현상의 약 69%는 인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벤 마르제이온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빙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며 대부분은 인간이 유발한 것”이라며 “석탄과 석유, 가스 연소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빙하 부근 토지 이용과 오염 등이 인재의 요인으로 거론된다”고 밝혔다.
특히 알래스카와 알프스 빙하가 다른 지역 빙하에 비해 인간에 의해 녹아내리는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마르제이온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연 평균 2950억톤의 빙하가 인적 요인으로 녹아내렸고, 자연적으로 녹은 빙하는 인적 요익의 절반보다 적은 연간 약 1300억톤이라고 추산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요인에 따른 빙하 해빙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인적 요인에 의한 해빙 규모를 산출했다.
알래스카 대학 지구물리학자 레진 하크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인간 때문에 초래한 빙하 해빙이 어느 정도인지 처음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20세기 중반만 해도 빙하 해빙에서 인재로 인한 비율이 25%였으나 70% 가까이 급증한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지구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남태평양의 키리바시와 투발루, 인도양의 몰디브 등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빙하 해빙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구 온난화 등의 요인이 생겨나서 빙하 해빙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현재 녹는 빙하는 이전에 발생한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 등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 빙하 해빙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르제이온 교수는 “빙하 해빙을 초래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시차 효과를 감안하면 빙하는 이미 진행된 온난화로 더 빨리 녹아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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