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달라졌으니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길 희망합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용으로 결정한 700㎒대역 40㎒폭 용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지 2주가 지났다. 방통위원장의 말 한마디가 가져온 파장은 컸다.
최 위원장이 뒤늦게 “700㎒ 재난망 우선 배분을 강조하는 의미”라며 해명했지만 해당 대역을 사용하길 원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원장 발언을 비중 있게 재생산했고, 통신사들이 재검토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일파만파로 번졌다. 뒤이어 미래부와 방통위가 각자 차관급이 참여하는 700㎒ 정책협의회까지 구성하며 최 위원장 언급대로 해당 주파수 대역 정책 결정이 마치 백지화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새삼스럽게 방송과 통신업계 이견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입장에 따라 국가 자원의 필요를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쉬운 것은 위원장이 본인 발언 무게감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희망을 전제로 ‘원점’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뒤이어 발표했다.
애초 발언 의도가 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더욱 걱정이다. 이미 결론이 난 정책 결정을 부처 수장이 ‘개인 희망’에 빗대 무력화 시켰다면 이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런 가벼운 시도가 먹히기 시작하면 일부러 혼란을 조장하고 그 과정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많은 불순한 의도를 정부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국가 정책 결정이 개인 혹은 한 업계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면 그것은 후진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최 위원장 발언 이후 업계와 신문 그리고 방송사는 각자 제 입맛에 맞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에너지가 낭비됐다.
무거운 권한을 지닌 이는 그것이 불러올 파장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특히 그 대상이 국가 미래 자원과 관련됐다면 가벼운 발언 하나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도 모자라지 않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