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조업 미래, CAE에 달렸다

[ET단상]제조업 미래, CAE에 달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2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 제조업 부흥을 외쳤다. “우리의 첫째 우선순위는 미국을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다짐은 실제 현실로 이어졌다. 최근 5년 새 100여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고용 창출에 힘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약 750억원을 투자해 첨단기술연구소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100만개 이상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는 미국 제조업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50억원을 투자한다는 첨단기술연구소에 그들의 제조업 방향이 드러난다. 제조업은 IT와 결합하면서 고효율 저비용,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했다. 제조업의 시대적 변화를 제조업3.0 시대라고 일컫는데, 새로운 제조업 시대에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핵심 기술이 바로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다.

CAE는 제조업과 IT가 결합한 최고 수준인 시뮬레이션 기술인데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우주에 발사하는 순간을 위해 제조업과 IT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모여서 컴퓨터와 씨름하여 만든 기술이 바로 CAE 기술이다.

우주선을 만들던 CAE 기술이 제조업 3.0시대에 범용화돼 항공기, 자동차, 휴대폰 등의 제조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제조업 공정의 많은 부분을 컴퓨터 안에서 해결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 안에서 디자인과 기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용하다 보니 그만큼 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

창의적인 방법도 다양하게 적용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는 CAE 기술을 활용해 차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으로 유명하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한 오래 운행하기 위해서는 연비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다시 세계 제조업으로 시야를 돌려보자. 미국은 거대 예산을 투입해 제조업 부흥에 나섰고 첨단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CAE 엔지니어 인력을 확충하고 현대차에 뺏긴 자동차 시장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저력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오랫동안 차지했던 조선강국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고부가 선종에 집중하는 사이 저부가 선종을 공략하면서 선박 수주량을 크게 늘렸다.

CAE 기술은 필연적으로 우주선과 자동차 종주국이었던 미국에서 개발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세계의 모든 제조 기업이 미국에서 개발한 CAE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 높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전쟁 중이다.

업무상 다른 나라 제조업 업황을 선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미국의 높은 성장 가능성, 일본의 절치부심,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느끼면서 우리 제조업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예전부터 인재가 경쟁력이었다. 제조업 선순환의 열쇠는 CAE 인재가 갖고 있다. 제조업경쟁력은 컴퓨터 안에서 판가름 나는 세상이 됐다. CAE 엔지니어가 컴퓨터 안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시뮬레이션해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에 공장이 돌아가고 제품을 판매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제조업 국산화는 곧 우리 CAE 엔지니어의 양성과 해외 유출을 막는 것과 직결돼 있다. 시뮬레이션으로 제품을 완성단계까지 만들고 그 제품을 3D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세상은 곧 다가온다. 그 미래가 우리에게 장밋빛으로 다가올지 먹구름으로 다가올지는 CAE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는지에 달렸다.

문성수 한국알테어 대표 moon@altai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