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해법을 찾자]<4>사용후핵연료 "안전 담보되면 영구처분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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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해 공론화 작업이 한창이다. ‘공론화(公論化)’, 글자 그대로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공론화로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을 결정하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시비 거리를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말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낼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 해법을 찾자]<4>사용후핵연료 "안전 담보되면 영구처분이 답"

전자신문은 공론화위원회와 일반인, 원자력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련 인식을 조사한 후 설문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예상했던 대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일반인과 전문가의 견해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사용후핵연료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대해 일반인과 전문가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사용후핵연료 누출 사고, 일반인 ‘위험’ VS 전문가 ‘안전’

설문에 참여한 일반인의 76%는 앞으로 20년 내 원전 방사성 유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증거다. 국민 대부분이 해당 원전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국내 원전의 대응조치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용후핵연료 운송 또는 저장 중 방사성 물질 방출에 대한 위험’을 묻는 질문에도 일반인은 75.3%가 위험하다고 인식했고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테러리스트 공격이나 핵무기 제조에 따른 위험을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식이 저장이나 영구처분으로 결정돼도 방사능 누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일반인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는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제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사고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전문가가 93.3%에 달했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안전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후쿠오카 원전 사고 이후 유사 상황 발생 시 필요한 조치 사항을 대부분 끝냈다. 원전 내에서 이미 사용 후 핵연료 저장 공간이 부족해 호기 간 이동을 해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사고 위험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일반인은 10점 만점에 평균 7.25점으로 위험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학습효과로 분석됐다. 전문가는 평균 1.07점으로 위험성마저 배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핵무기 제작 목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유용될 수 있는 위험성은 0.5점으로 가장 안전한 것으로 전문가는 인식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우라늄 특성상 수입량이 철저히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좀 더 우려했지만 이마저도 평균 1.37점으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일반인 대다수 사용후핵연료 관리현황 “모르겠다.”

공론화위원회가 활동 기간이 네 달여 남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아직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황도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법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44.1%의 일반인이 영구처분 형태인 ‘특정 지역으로 운송해 지하 깊은 곳의 시설에 보관’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 안의 냉각 풀이나 특수 컨테이너에 보관’하는 것으로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27.2%에 불과했다. 심지어 열 명 중 한 명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사용 중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없게 돼 있다. 물론 전문가는 97%가 제대로 답했지만 공론화에 앞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황에 대한 인식률을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일반인 선호가 더 높아

공론화 대상이기도 한 사용후핵연료 보관 현황과 선호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인이 오히려 현행 임시저장 방식보다 영구처분 방식을 지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나오는 방사능과 열을 식히기 위해 원전 내에 냉각 수조를 만들어 임시저장 중이다. 월성원전에서는 콘크리트 형태의 건식저장 시설에도 일부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은 영구처분 시설처럼 깊은 곳에 묻는 방법에 대해 61.6%가 선호했다. 반대는 15.2%에 불과했다. 최근 논란이 된 중간 저장 시설 건설에 대해서는 46.4%가 지지했고 24.5%는 반대했다. 나머지는 중간 입장을 취했다. 임시저장 방식처럼 핵연료를 원전 안에 보관하는 방식은 찬성과 반대 모두 30%대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일반인 응답과 달리 전문가는 3분의 2 이상이 임시 저장 방식을 유지하거나 중간저장 형태를 더 선호했다. 조사 결과, 임시 저장 방식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73.3%에 달했다. 중간 저장 시설에 대한 선호도도 66.7%로 3분의 2가 찬성했다. 당장 실현 가능한 기술로 임시저장이나 중간저장 기간을 늘리면서 영구처분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때를 기다린다는 구상이다.

반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입장에서는 일반이나 전문가 견해가 같았다. 일반인 73.5%와 전문가 56.7%가 한미 원자력 협정에도 불구하고 재처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처리에 대해서는 일반인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사용후핵연료 보관 방식에 대해서도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재처리를 할 수 있는 형태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영구 차단보다는 감시와 회수가 가능한 방식으로 저장소를 건설해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일반인 55.4%, 전문가 76.7%로 더 높았다.

이와 관련해 일반인, 전문가 모두 회수가 극도로 어려운 깊은 구멍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후핵연료가 폐기물이기도 하지만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보관 깊이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전문가가 더 안전성을 요구했다. 전문가 중 63.6%가 ‘회수가 극도로 어려운 깊은 구멍을 건설’하자는 데 지지했고, 일반인 65.4%는 ‘지하에 영구적인 차단 또는 광산 같은 저장시설 건설’하는 것을 선호했다. 보관 장소도 안전성을 고려해 지하에 둬야 한다는 응답자가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많았다. 일반인은 지하저장소 건설이 지상 중간저장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67.1%, 전문가는 83.3%에 달했다.

이번 설문 결과를 보면 일반인은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위험하다는 인식은 전문가와 다르지만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사용후핵연료를 늘리는 대신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의견을 같이 했다. 물론 전 과정에 대한 공론화는 필수라는 게 일반인 견해다. 결국 일반인이나 전문가 모두 안전만 담보된다면 영구처분 방식으로 인간 생활환경과 분리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