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시계를 생산, 판매해 온 A사는 제품의 정확성과 튼튼함이 생명이라 믿는다. 자체 연구개발(R&D) 조직도 만들어 노력한 결과 오차를 줄이고, 방수력도 높이는 등 더 정확하고 튼튼한 시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에게서 반응이 나오질 안았다. ‘시계의 본질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콘셉트로 갖가지 마케팅을 해봤지만 고객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우리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을까?
‘서커스’를 떠올려보자. 화려하게 치장한 동물들, 곡예사, 그리고 조금은 촌스럽고 저렴한 볼거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다르다. 이 서커스를 제대로 보려면 10만원에서 20만원이 넘는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서커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서커스단은 서커스가 가진 본질에 집중한다. 동물들은 더 기이한 묘기를, 곡예사는 더 위험천만한 곡예를 부리는 데 매달린다. 싸구려 천막과 단조로운 무대를 사용해 비용을 낮춘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서커스에 고대 그리스신화 등의 스토리를 입힌 것이다. 또 스토리 테마마다 무대를 바꾸고, 묘기 위에 연극이나 마임을 입혀 공연을 만들었다. 천막이 아닌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전용공연장에서 진행된 것은 물론이다. 기존 서커스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5대륙 300여 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하면서 공연이 시작된 1984년부터 지금까지 관람객이 1억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연 매출은 5억달러 이상을 기록한다.
‘태양의 서커스’ 차별화 방법은 바로 ‘일탈 포지셔닝’이다. 말 그대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고 있던 가치 외에 소비자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늘 비슷한 것 중에서 선택해야만 했던 소비자의 갈증을 해소하는 전략인 셈이다.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흔히 편의점은 간단히 음료나 과자 또는, 담배를 사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러던 편의점들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물건을 사는 곳’을 떠나 어떤 색다른 경험을 고객에게 줄 수 없을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택배서비스다. 고객들이 약간의 수수료를 내면 편의점에서 택배를 대신 맡기거나, 물건을 받았다가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시스템이다. 한 블록에도 몇 개씩 있을 정도로 편의점의 수가 많기에, 고객은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24시간 편리하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택배 보낼 시간이 없거나 집에서 받아줄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사람들의 걱정을 말끔히 해결해준 것이다. 이렇게 편의점은 고객에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 곳’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게다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러 편의점에 들른 고객의 추가 구매도 일어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택배 서비스를 추가해서 1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문제 상황의 A사 사장이 겪고 있는 문제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아도 몰라주는 소비자로 인한 것이다. 비슷한 고충을 겪은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 스와치는 이 문제를 일탈 포지셔닝 전략으로 해결했다. 1983년 스와치를 설립한 니콜라스 하이예크는 ‘시계는 정확하고, 튼튼하면 좋다’는 기대를 완전히 뒤엎었다. 시계도 ‘예뻐야 한다’며, 패션이라는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스와치는 예술가로 구성된 디자인팀을 추가 구성하고, 사계절 내내 착용할 수 있는 튼튼한 시계보다는 패션 브랜드처럼 계절별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 판매처로 금은방이 아닌 부티크 매장을 택하는 전략을 펼쳤다. 지금도 스와치는 이 가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어 소비자가 직접 만든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하고, 유명 가수나 의류 디자이너가 참여한 시계도 만들어 ‘시계는 패션’이라는 가치로 소비자를 열광시킨다.
이렇듯 제품과 정보의 홍수 속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면 일탈 포지셔닝을 고려해 보자. 기존 경쟁사들이 더 좋은 품질이나 서비스에 집중할 때, 우리 회사는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고민해 봄으로써 소비자를 우리 회사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
소비자 마음을 잡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를 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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