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혁신이다. 영화관 밖을 나가면 ‘시저’를 포함한 유인원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다.”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은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유인원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그래픽에 혼을 불어넣는 작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그래픽 프로세싱 유닛(GPU)이다.
‘GPU’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99년 엔비디아에서 ‘지포스(GeForce)’라는 그래픽카드용 칩을 출시하면서다. 당시만 해도 GPU는 3차원(3D)게임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각종 광원 효과나 질감 표현 기능을 넣는 데 쓰였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도구로만 여겨졌다는 얘기다.
GPU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게임뿐 아니라 과학, 의학, 교육 등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허나 ‘GPU는 게임에 쓰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날씨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기상 관련 기관 다수는 날씨 예측·예보를 위해 미연방 국립기상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기상수치예보(WRF) 모델을 사용한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려 골머리를 앓았던 WRF모델은 GPU 컴퓨팅 기술이 적용된 후 두 배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촌각을 다투는 의료 분야에서도 GPU 컴퓨팅의 활약이 눈부시다. 의료는 검사·검진의 정확성과 신속성에 기반을 두고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이때 검사·검진을 위해 사용되는 각종 영상촬영기기에 GPU가 탑재된다.
나아가 DNA의 구성과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유전체학, 인간 두뇌의 비밀을 풀기 위한 신경 과학 등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의료 연구에서도 GPU는 정보 처리 속도를 단축시키며 혁신을 이끌고 있다.
GPU 컴퓨팅 기술은 교육 환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를 통해 오토캐드, 3DSMAX, REVIT 등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3D 프로그램을 시간·장소와 PC 성능 제약 없이 실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설계·해석·품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외부 시스템도 사용 가능하다.
중앙집중식 관리로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 건축물 시각화, 렌더링, 사전 설계 검토 등 시설물 안전 관련 데이터를 통합해 안전사고를 예방·관리하는 ‘빌딩정보모델링(BIM)’도 사용 가능하다.
GPU는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이기도 하다.
자동차업계의 화두인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는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운전자 편의성·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커넥티드카 개발 연합체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는 올해 초 아우디, GM, 혼다, 현대·기아차의 4개 완성차 브랜드와 구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출범한 뒤 최근에는 완성차 27개 브랜드, 기술 파트너 16개 업체가 참여하는 거대 생태계로 발전했다.
OAA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개발자회의(Google I/O)에서 ‘테그라K1’을 탑재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핵심 기술은 증강현실이다.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GPU 코어 192개가 들어간 테그라K1의 강력한 영상 처리 기능을 활용했다. 표지판, 보행자 유무, 길 안내를 포함한 각종 주행 정보를 내비게이션과 차량 앞면의 유리에 증강현실 형태로 보여줘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미래형 내비게이션을 제시했다.
엔터테인먼트, 의료, 자동차 등 GPU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GPU의 다음 혁신은 무엇일까. 차세대 GPU가 나오면 세상은 더욱 진화할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해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라 GPU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래픽의 발전에 주목할 때다.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대표 davlee@nvi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