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일본 전력 공급 생태계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중장기 전력수급 로드맵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원전 사고처리비용과 손해비용을 포함시키는 방식에 따라 경제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 비용에 포함되는 원전사고 손해비용과 적용 주기 반영 결과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닛케이신문은 20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준비 중인 새 전력구성안을 위한 에너지 발전비용 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전사고 손해비용 반영 비율에 따라 제조원가가 올라간다면 원전은 국가 전력수급 시스템에서 친환경에너지 발전설비에 밀려 후순위에 처질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화력발전이 원자력발전을 상당 부분 대체한 가운데 수력,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우선 일본 경제산업성은 에너지별 경제성을 비교하기 위해 올 가을 원자력, 화력 등 각 에너지 발전에 드는 비용을 산정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난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1킬로와트(㎾) 당 원자력 에너지를 8.9엔 이상,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 발전을 10엔 수준으로 정리한 바 있다.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 원자력 발전 이슈에 생산비용 책정 문제까지 더해지는 분위기다.
새로 계산될 에너지 발전비용에는 안전대책비 등을 최신 값으로 바꿔 적용한다. 이에 예상 손해비용도 새로 산정될 전망이다. 지난 3월 NHK는 정부와 도쿄전력이 발표한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할 경우 후쿠시마 원전 피해액이 정부가 발표한 금액의 갑절인 약 11조엔(약 109조원)으로 집계된다고 밝힌 바 있다. 추후 발생할 원자로 폐쇄 비용 등도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금액 산정에 주목된다.
정부가 과거 40년으로 적용했던 손해비용 발생 주기도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설정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고 빈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이 달라 정부가 정할 사고 빈도에 반발도 예상된다. IAEA는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수백년에 1회로 보지만 일본에서는 지난 2004년 사망사고가 발생한 간사이 전력 원전 사고에 이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새로 산정할 에너지 발전비용을 바탕으로 오는 2015년 상반기 미래 전력구성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새 에너지별 생산 계획으로 2020년 이후 적용될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설정한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각국이 제출한 목표를 취합해 내년 12월까지 세계 온실가스 감축안을 정할 계획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