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재부품펀드 성공사례 조기 발굴이 중요

우리나라 제조업은 정부 육성정책과 기업의 혁신 노력 덕분에 어느덧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전자 제조업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 그렇지만 핵심 소재나 재료, 제조장비를 여전히 일본, 독일, 미국 등 외국 업체에 의존한다. 중국 제조기업들은 조립제품을 시작으로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다행히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 정부 지원 덕분에 핵심 소재부품 경쟁력이 최근 높아졌다. 아직 선진 기업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품목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만 그렇다는 점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이 부족해 더 크게 도약하지 못한다. 정부 예산 지원도 아직 수요에 비해 모자란다. 이점에서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성하는 소재부품펀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소재부품펀드’를 만든다. 정책금융공사가 추진하는 펀드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민간 투자 붐 조성 차원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올해 말 소재부품펀드 규모가 총 13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니 소재부품업체에겐 ‘가물에 단비’다. 일정 규모 투자 의무화 등 결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게 한 것도 바람직하다. 쌓아놓은 투자금을 정작 집행하지 않으면 허망한 일이다.

의무화가 아니더라도 투자가 활발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력 있는 우수 중소·중견 기업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도, 대기업이 인수할 만한 기업도 있다. 투자 회수 길이 많으면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펀드 규모를 더 키웠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다. 초기 성공사례를 잘 만들면 투자 규모가 저절로 커질 것이다. 소재부품 대기업 역할도 중요하다. 대기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아주 크지 않아 직접 하기 곤란한 분야라면 중소·중견 기업을 잘 키워 상호 협력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 그래야 소재부품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으며 대기업도 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