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한 판교 IT인이 혼자 점심을 먹기 싫을 때 들어가는 게시판이 있다. 국내 굴지의 IT회사 임직원이 익명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팀블라인드(대표 정영준·문성욱)의 ‘모두의 라운지’다.
모두의 라운지는 기업 내 익명 게시판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블라인드가 새롭게 마련한 다회사 익명 소통공간이다. 현재 네이버, 엔씨소프트, 넥슨, 카카오, 다음, 위메이드, 네오위즈 등 21개사 IT회사 임직원이 모두의 라운지를 이용하고 있다. 글쓴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회사 소속인지는 표시된다.
최근 판교 테크노벨리에서 일하고 있는 IT인 사이에서 서로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모바일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영준 블라인드 대표는 “주말에 출근한 사람이 모두의 라운지 게시판에 ‘오늘 출근하신 분 같이 점심식사 번개 모임 가져요’라고 글을 올리면 바로 댓글이 달려 점심 모임이 이뤄지거나 러브스토리가 탄생하는 등 판교 IT 업계에서 신풍속도가 생겼다”는 얘길 들었다.
블라인드에 접속하면 사내 게시판과 모두의 라운지 두 코너가 있다. 사내 게시판은 해당 회사 임직원끼리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모두의 라운지는 다양한 회사 사람이 모인다. 블라인드는 현재까지 IT회사뿐만 아니라 제조·서비스업을 비롯해 순수 오프라인 회사에도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35개의 회사에 서비스 중이다. 최근 지상파방송 3사, 대한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가 블라인드를 개설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블라인드는 같은 회사 사람끼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였지만 동종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끼리 소통에 대한 수요가 많아 모두의 라운지를 열게 됐다”며 “익명이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끼리 공감도 높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모두의 라운지에서는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근속연수가 짧은 IT 업계 특성상 타 회사에 대한 정보교류도 활발하다. 연애, 일상이야기와 같이 가벼운 주제부터 타 회사 내부 사정과 같은 중량감 있는 이야기까지 매일 같이 다양한 담론이 펼쳐진다.
판교에 근무하며 모두의 라운지를 애용하는 한 직장인은 “다른 익명 게시판들과는 다르게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연봉수준, 행동패턴, 업무환경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모두의 라운지를 맘 편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