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줄 수 있는 ‘중고장비 전문 연구소’가 등장했다. 반도체 중고 장비를 활용해 발광다이오드(LED)·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TSV 등 각 제품에 최적화된 제조 라인을 개발,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세계 반도체 중고 장비 업계 1위 서플러스글로벌(대표 김정웅)은 세계 처음 반도체 중고장비 전문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반도체 중고 장비를 기반으로 공정·생산 제품별로 직접 제조 라인을 구성해 맞춤형 솔루션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보유한 중고 설비로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고 설비를 단품으로 판매해왔지만 이번 연구소 설립으로 중고 반도체 생산라인(팹) 솔루션까지 제공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반도체 중고 설비와 진공 코팅, 나노, LED 등을 접목시켜 새로운 영역의 솔루션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중고 장비는 LED,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TSV 패키지 등에도 쓰인다. LED는 사파이어·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의 기판에 반도체용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기기(MOCVD)를 이용, 화합물 반도체를 성장시켜 에피 웨이퍼를 제조한 뒤 이를 잘라 LED 칩을 만든다.
MEMS는 반도체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하는데 12인치 웨이퍼가 주력인 반도체와 달리 6인치, 8인치 웨이퍼용 장비가 주로 쓰인다. TSV는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법으로 패키징 업체들이 뒷면 배선까지 처리해야 해 CVD, 식각(에처), 화학적기계연마(CMP) 기기 등이 필요하다. 진공 코팅이나 나노용 설비도 반도체 장비를 개조해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고가의 최신식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중고 장비를 쓰면 설비투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과 달리 국내에선 중고 설비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설비 투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신사업을 추진하기 힘들어 하는 때가 많다”며 “중고 설비를 쓰면 좋겠지만 국내 유통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중고 시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업체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플러스글로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해마다 수천대의 유휴 설비를 매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중소 업체에도 기회는 충분히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회사 본사 인근에 지어졌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8000평 규모의 전시장을 통해 1000여대 이상의 중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