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와 빌 게이츠, 손정의, 오바마, 류현진, 유재석까지…. 국경도 없다. 직업도 상관없다. 미국에서 시작한 ‘얼음물 샤워’(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가수 션을 비롯해 조인성과 아이돌 가수를 거쳐 박용만 두산 회장과 스타트업 기업가들까지 동참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전 농구선수는 눈 스프레이로 얼음물을 대신하며 승일희망재단에 50만원을 쾌척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얼음물 샤워 열풍에 아쉬운 점도 있다. ‘목적’ 때문이다. 루게릭병을 환기하는 효과는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루게릭병 환자는 물론 심장병 어린이,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하루 한 끼 식사로 버티는 노인도 도움의 대상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단식하면서 기다리는 광화문의 유가족도 있다. 점점 잊혀져가는 팽목항에는 이제 자원봉사자가 없어 쩔쩔맨다.
얼음물 샤워는 개인이 남을 돕는 ‘한 가지’를 실천하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71억명 세계 인구가 모두 얼음샤워를 하는데 22일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세계인이 한 명씩만 돕는다면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가 사라지고 불치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국내 많은 스타트업 대표와 종사자들이 얼음물 샤워에 선뜻 나서주니 고맙다. 동시에 아쉽기도 하다.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우리 사회와 산업에 퍼진 여러 문제를 해결하자며 동참을 촉구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아 그곳에 도움을 보내겠다”고 밝히며 얼음물 샤워를 했다. 단식 농성중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지지하기 위해 ‘1일 단식’으로 단식 릴레이에 참여하는 업계 종사자들도 눈에 띈다. 꼭 돈이 아니어도 개인이 나누고 실천하는 행동은 새로운 물결을 만든다. 미국에서 시작된 얼음물 샤워 열풍이 우리 사회에 더 의미있는 ‘한국형 얼음물 샤워’가 되기를 기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