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인 1609년 8월 25일.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베네치아의 귀족들 앞에 섰다. 그는 귀족들에게 자신이 만든 30배율의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시연행사를 열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천체망원경 시연이다.
갈릴레이는 한 해 전 네덜란드의 안경장인 한스 리페르헤이(Hans Liperhey)가 망원경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망원경 개발에 착수한다. 한스 리페르헤이는 아이들이 안경을 겹쳐보면 먼 곳의 사물이 가깝게 보인다면서 노는 것을 우연히 보고 망원경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페르헤이가 만든 망원경이 초보적인 형태였다면 갈릴레이는 이를 30배율까지 높였으니 한층 진보한 것이다.
갈릴레이도 처음에는 시판되는 안경알을 조립해 망원경을 만들었다. 처음 만든 망원경은 배율이 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많은 시도를 통해 두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 배율을 조절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자신에게 필요한 렌즈를 만들기 위해 직접 렌즈를 깎기도 했다.
갈릴레이는 마침내 완성한 고배율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면서 첫 천문학 연구를 시작한다. 대표적인 관측결과가 달의 위상 변화와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등이다.
갈릴레이의 망원경은 실제 관측에 적용돼 달과 행성 등에 대해 중요한 결과를 내놓은 최초의 천체망원경이자, 근대 이전의 인식론과 우주론을 뒤엎는 토대가 됐다.
천문학과 물리학 곳곳에 그의 상징성이 비춰진다. 목성과 그 위성 탐사선 이름이 ‘갈릴레오호’이며, 유럽연합(EU)이 미국 위성항법시스템(GPS)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하는 새로운 위성항법시스템(GNSS) 프로젝트 이름도 갈릴레오다. 특히 그가 천문학 역사에 미친 영향과 성과를 존중해 천체망원경을 시연한지 4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지난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갈릴레이는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주조한 25유로 기념주화의 도안 인물이기도 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