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이동통신 시장 경쟁상황평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행사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동통신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시장획정을 위한 핵심 지표도 롱텀에벌루션(LTE)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산업조직학회 주최로 지난 22일 제주대에서 열린 ‘2014년도 하계정기학술대회’에서 김성환 아주대학교 교수는 ‘이동전화시장 경쟁상황평가 개선 방안’을 주제로 현행 시장 경쟁상황평가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소개했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상황평가는 지난 1999년 효율적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됐다. 평가 결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되면 요금인가제, 상호접속 비대칭규제, 도매제공의무 등 비대칭규제의 대상이 된다. 오랜 기간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 경쟁상황평가는 매출과 가입자 등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지를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의 핵심 지표로 삼는다. 김 교수는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되더라도 이를 행사할 가능성이 없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SK텔레콤 이용자에게 타 사업자 요금은 그대로인 상태로 SK텔레콤이 모든 서비스 요금을 10% 인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9.9%가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업체로 사업자를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실제로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시장지배력 남용의 대표적 분야인 요금 인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며 “시장지배력 판단 기준인 50%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정밀하고 다양한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음성통화 위주로 진행되는 현재의 시장획정 방식도 LTE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 상태에 있는 상품과 지역 범위를 결정하는 시장획정은 경쟁상황평가의 가장 중요한 절차다. 획정 범위에 따라 이통사의 시장지배력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경쟁상황평가 주관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G·3G 피처폰, 3G 스마트폰, LTE 스마트폰 서비스를 모두 포함해 이통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획정한다. 하지만 이미 LTE 사용자가 60%를 넘었고 수치는 더 커질 전망이기 때문에 LTE를 별도 시장으로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비대칭적 일방향 대체성에 따라 3G에서 LTE로 전환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SK텔레콤 LTE 고객만을 별도로 조사한 시장지배력 행사 가능성 테스트에서도 10% 비용을 올렸을 경우 54.4%가 사업자를 바꾸겠다고 답해 LTE로 시장을 획정해도 시장지배력 행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LTE뿐만 아니라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등이 이동통신 시장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MIM, mVoIP 확산이 시장지배력 행사의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소비자 편익 증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통사와 미래창조과학부, KISDI는 경쟁상황평가 개선을 위한 논의를 펼쳐왔다. 하지만 구체적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공개적으로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대표적 비대칭규제인 요금인가제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주=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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