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9>인사관리로 `윤일병 사건`도 막을 수 있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9>인사관리로 `윤일병 사건`도 막을 수 있다

윤일병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군대 갔다 온 대한민국 남자들은 다들 한마디씩 할 자격이 있다. 해군 장교로 40개월 복무했다. 마지막 1년을 인천 항만 방어대에 있었는데 방어대 대장이 항상 밤 10시가 넘어 퇴근했다. 덕분에 집이 서울이었는데 주로 부대 BOQ에서 잤다. 제대 말년에 수도권에 있으면서 출퇴근·휴가도 없이 근무했다. 오죽하면 40개월 근무하고 제대하는 7월 31일 오후 4시까지 근무를 했었을까? 군대 가면 입대 처음에는 힘들다가 나중에 편해지는 것이 정상인데 나는 거꾸로 처음에는 편하다가 나중에 고생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자. 당시 부대에는 100대가 넘는 소형 함정들이 있었다. 대장이 정말 부지런하고 꼼꼼히 그리고 열심히 부대를 관리했다. 항상 해역사령관으로부터 부대 관리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방어 대장이 승진해서 다른 부대로 갔고 새로운 대장이 부임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각종 사고가 터지기 시작하는데 걷잡을 수 없었다. 장교, 하사관, 장병들은 그대로 있고 다만 대장만 바뀌었을 뿐인데 멀쩡하던 부대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희귀한 사고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새로 부임한 대장은 6개월 만에 다른 부대로 전출해 갔다. 멀쩡하던 부대에 왜 갑자기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는가? 가장 큰 차이는 전임 대장은 항상 부대장실을 나와서 현장에 있었다. 부대 곳곳을 쉬지 않고 돌아보고 있었다. 주말 늦은 밤에도 불쑥불쑥 찾아 와서 부대원들을 챙겼다. 내가 보기에는 현장 방문 횟수나 부대원과의 접촉 빈도가 다르다는 것 외에는 다른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

어느 회사나 현장이 있다. 프로젝트 룸일 수도 있고, 은행 창구일 수도 있고 전산센터일 수도 있다. 만나야 하는 사람도 신입사원, 관심사원, 고참 사원, 계약직, 외주업체, 거래업체 사장 등 다양하다. 부서 책임자가 그런 현장을 얼마나 자주 찾아 가고, 얼마나 많은 직원들과 만나는지에 따라 부서의 관리 수준이 달라진다. IBM에 근무할 때 영업을 담당했던 할인점 K사장이 있었다. K사장은 수시로 전산실에 들러 직원들과 농담도 하고 어깨도 두드려 주고 지갑 속에서 몇 만원 빼주면서 간식 사먹으라고도 했다. 이 분은 매장에 가도 항상 백룸에서 물건 나르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챙겼다. 이 회사를 방문해 보면 직원들의 사기가 높고 회사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이 대단했다.

금융계 대부 K회장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4000명이 넘는 전직원의 인사기록부를 전부 외워서 지점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 이름이나 오빠나 언니 이름까지 불러줬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말 감동이다. 회장이 나를 이렇게 잘 알고 있고,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회장에 대한 존경심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하늘을 찔렀다. 밤 늦게 퇴근하다가 불 켜진 지점이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꼭 방문해 따로 음료수나 피자를 배달시켜 주며 격려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그 많은 직원들의 인사기록부를 다 외웠냐고 물었다. “관심 있으면 저절로 외우게 된다”고 답했다. 인사기록부를 클리어 파일로 만들어 출퇴근 때나 집에서 외웠다고 했다. 그렇다 최고경영자의 직원에 대한 관심이 인사관리의 시작이다.

영국 테스코 회장도 한국을 방문할 때는 꼭 점포를 방문한다. 아무리 일정이 빠듯해도 점포는 꼭 방문한다. 신규 점포는 아무리 멀어도 꼭 방문한다. 회장을 포함한 모든 본부 직원들이 1년에 1주 점포에 가서 근무하게 돼 있다. 본부와 점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회장의 지론이다.

사장을 할 때 현장을 자주 방문하려고 노력했다. 본부장들과 회의할 때에도 가급적 본부장 회의실로 가서 했다.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다 보면 그 부서의 분위기가 바로 느껴진다. 직원들의 일하는 자세도 보인다. 책상 위의 스크린 화면만 봐도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SNS나 게임하거나, 담배 피우거나, 커피 마시거나, 쇼핑하거나, 주말 캠핑사이트를 찾거나, 만화를 보거나, 뒷자리에서 졸고 있는 고참직원까지 있다.

그런 직원이 어디 있어? 하거나 우리 회사 직원들은 절대 안 그렇다고? 사무실을 얼마나 자주 돌아 보고 직원들과 스킨십을 갖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해보면 안다. 사무실을 방문해 보면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월요일과 금요일이 다르고 임원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안다. 지금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얼마나 업무에 몰입하는지를 아는 것부터가 인사관리의 출발점이다. IT 인사관리도 다른 부서의 인사관리와 다르지 않다. 부서 책임자가 현장을 방문해 말단 직원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가정사를 챙겨주고 장래에 관해 조언을 한다면 다른 인사관리 기법은 몰라도 된다. 비전, 정책, 제도, 평가, 교육과 같은 인사 시스템은 현장 방문을 통한 직원과의 관계 형성 다음에 해야 한다. 관심 표명을 통한 신뢰 확보가 인사관리의 첫걸음이다. 그러면 사무실이든 부대든 윤 일병 같은 사건은 절대 안 일어난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