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시장을 들끓게 했던 ‘성인인증제’ 논란이 일단락났다. 여성가족부는 성인콘텐츠를 이용하고자 로그인할 때마다 성인인증을 받도록 했던 방침을 연 1회로 전환했다.
기존 방침을 뒤집은 여가부의 이번 결단을 환영한다. 이용자들과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열린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 또 인터넷상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되고 기술 발달로 타인 정보를 도용할 우려가 낮아졌다는 현실을 인정한 합리적인 판단이 새롭다.
시행 하루 전에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산업계와 비밀 회동을 갖고 의견을 나눈 김희정 여가부 장관의 행보도 신선하다. 이번 방침 선회도 취임 한 달째를 겨우 넘긴 장관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직 공부가 덜 됐다며 전임 장관이 내린 결정에는 손대지 않으려는 기존 ‘책임 회피’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이번 결정으로 잦은 성인인증으로 불편함을 느낀 이용자가 대거 해외 서비스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를 했던 산업계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도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무엇보다 점차 늘어날 각종 규제 강화 정책에 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출발점이다. 성인인증제 강화의 명분인 ‘청소년 보호’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지만 효과가 미비한 심야 게임접속금지 제도와 같이 규제만으로는 이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증명됐다. 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무조건 막는 건 능사가 아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성인인증제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과 같이 정부의 규제 밖에 놓인 해외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규제는 언제나 산업계 활성화와 부딪힌다. 역차별로 인해 해외 사업자만 이득을 보는 규제는 크나큰 후유증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