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기만 난 KB, 유닉스 전환에 ‘억’ 소리 난다

자리를 유지하게 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이 멈춰있는 1800억원 규모 차세대 IT 프로젝트의 향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금융당국의 경징계 조치로 이전투구식 ‘갈등’은 일부 봉합됐지만, 중단된 프로젝트를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예상돼 또다시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유닉스 전환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되더라도 최소 3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이사회가 유닉스 전환 프로젝트를 결정하면서 13개월을 예정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내달부터 다시 시작한다해도 아무리 빨라도 내년 10월은 돼야한다. 이렇게 되면 IBM과 메인프레임 사용 계약이 끝나는 내년 7월 이후에는 월 90억원씩 단기연장사용료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새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사업자 선정 과정과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위한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상 한두달 이상 소요되는 사업자 선정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할 뿐더러 IT서비스, 하드웨어 업계와 조율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을 동일선상에 두고 다시 비교해야 했다는 점이다. 메인프레임을 공정한 조건에서 비교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유닉스와의 성능 비교 등을 위한 BMT가 다시 필요하다. 이 경우 시작해야 할 메인프레임 BMT에 최소 1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12개월×90억원)까지 고려하면 메인프레임 추가 사용료는 1000억원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2000억원에 달하는 유닉스 전환 프로젝트 추진비용과 별도로 한 해 IT운영비용에 버금가는 돈을 추가 투입해야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결국 유닉스로 전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BMT에 참여했던 IT기업 한 관계자는 “입찰과 BMT에 참여했던 협력업체 관계자 대부분이 제재 수위와 상관없이 프로젝트가 결렬될 것으로 봤다”면서 “그만한 추가 비용을 내며 추진을 강행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로 전혀 다른 국면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기술 문제가 아니라 내부 정쟁의 이슈로 멈춰진 만큼 수뇌부의 협상 여부가 재추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주전산시스템 교체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협의를 시작하는 방안이 우세하다”면서도 “은행 측과 이사회 간 간극이 커 협상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 관련 주요 일지>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 관련 주요 일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