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 지상파 재전송 제도 확립 나서야

[기자수첩]방통위, 지상파 재전송 제도 확립 나서야

지상파 방송 3사가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잇따라 콘텐츠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케이블TV 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의사를 표명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콘텐츠 재송신 대가를 두고 양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각각 성명서를 발표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양 업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지상파 3사와 개별SO 간 재송신료 분쟁은 또 다른 화약고로 떠오른 셈이다.

상황은 악화일로지만 정작 업계 간 갈등을 중재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한발 물러나 관망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달 초 ‘3기 방통위 비전 및 7대 정책 과제’를 발표하며 “현재로서는 (지상파 방송 의무 재전송)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는 없다”며 “업계 간 분쟁이 발생해 시청자 피해가 발생하면 재정 제도 등 분쟁 해결 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블랙아웃(송출중단) 등으로 시청자가 피해를 봤지만 방통위의 사후약방문 식 태도는 변함이 없다”며 “방통위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KBS1·EBS는 유료방송사업자에 별도 대가 없이 제공되고 있다. 국민이 납부한 수신료로 방송 콘텐츠를 제작했기 때문에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KBS2, MBC, SBS는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280원을 받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KBS 2TV가 송출하는 콘텐츠도 수신료로 제작됐기 때문에 정부가 의무 재송신 범위를 정립하고 명확한 CPS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기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초고화질(UHD) 방송 등 지상파 활성화 방안을 7대 정책 과제에 대거 포함시켰다. 하지만 국내 방송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갈등을 해결할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상 지상파에 특혜를 줬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분란이 일어난 가정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방송산업도 마찬가지다. 양 업계의 갈등의 원인을 뿌리 뽑지 못하면 더 이상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창조경제 중심’을 천명한 방통위가 지상파 재전송 제도 확립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보방송과학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