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2만여개 부품으로 조립, 생산되는 대표적인 종합 기계산업으로 연간 약 1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수출액은 718억달러로 제조업의 13%를 점유하는 등 국민 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열쇠며 대동맥과 같은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은 소재, 기계, 전기산업과 같은 튼튼한 후방 산업을 기반으로 완성차, 시스템, 부품 공급업체 간의 협력체계가 잘 갖춰져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는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완성차로부터 도면을 받아 그대로 생산하기에 급급했던 부품 기업들이 정부과제 참여를 통해 자체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부족한 부분은 대학교 및 연구소와 공동 연구로 보충함으로써 스스로 설계, 평가, 인증 기술을 확보했다. 이제는 많은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부품의 설계, 평가, 인증을 독자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런 부품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완성차 경쟁력도 함께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기술은 기존 부품을 개량해 보다 우수한 성능을 내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기능을 가진 시스템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동력원이 그린카 기술로 대표되는 전기차, 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카 등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자동차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의 센서가 적용돼 운전자 안전을 지켜주는 스마트카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이 같은 기술의 변화로 자동차 산업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으며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테슬러와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모빌아이가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산업과 산업 간 기술 융합이 절실하다. 그러나 기술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과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스마트폰과 같은 ICT 제품은 누구보다 빨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아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개발된 기술이 100% 완전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빨리 내놓으려 한다. 사용 중에 에러가 생겨 작동이 안 되면 스마트폰을 껐다가 다시 켜거나 소프트웨어를 초기화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자동차 운전 중에 브레이크나 핸들의 제어가 안 된다면 대형사고가 날 것이며, 이로 인해 사람의 생명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기술개발 환경의 차이로 정보통신 기술자들은 자동차 산업이 너무 폐쇄적이라고 비난하고, 자동차 기술자들은 타 산업 기술자들을 경솔하다고 비난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기술개발 문화를 극복하고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리는 기술의 융합을 이뤄야 그린카와 스마트카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다.
산업 간 융합을 이루기 가장 좋은 방법은 동일 목표를 가진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서로의 강점에 맞는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공동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개발 과정을 거쳐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력함으로써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것이다.
이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기술개발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금 자동차 산업은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산업과의 벽을 허물어 그린카와 스마트카라는 새로운 창조의 꽃을 피워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전체의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 첨단 기간산업이면서 융합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신산업이다.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카PD jdmoon@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