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시스템 유명무실화로 동일 시장 내에서 여러 규모의 병원이 무한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중소규모 병원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대형 병원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중소병원의 경쟁력 제고 지원시스템이나 제도적 보호장치는 미비하다. 이런 가운데 중소병원의 브랜드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중소병원의 브랜드화에 대한 명암을 짚어본다.
기획재정부는 ‘보건의료사업체의 브랜드화 방안 연구’를 최근 착수했다. 브랜드화는 중소병원과 중소약국 대상으로 커피숍 프랜차이즈업체처럼 동일한 브랜드 아래 간호사 수급, 의료기기 등 장비 공급, 행정과 마케팅 지원 등을 중앙처리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보건의료사업체 브랜드 연구 착수
보건의료사업체의 브랜드화는 대다수 병원과 약국이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 형태여서 경영의 체계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의료 사업체 브랜드화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자는 게 취지다.
실제 중소병원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주원인으로 인건비를 지목한다. 최근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중소병원 80.4%가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답했고, 그 원인 일순위로 인건비 부담증가를 꼽았다. 간호사 인력 부족, 금융과 자금조달 부재, 유능한 관리자 부족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소병원 요구 사항에는 인력수급 문제 개선, 유능한 관리자 확보, 중소병원 전문화, 전문병원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중 가장 시급한 문제가 간호사 수급 문제다. 그 외 행정처리에 따른 원무인력과 홍보·마케팅 인력도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중소병원에 브랜드화를 적용하면 이런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약업계에서는 브랜드화 한 프랜차이즈 약국이 등장했다. 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면 제약 공급 등을 원활하게 지원해준다. 해당 약국의 마케팅도 대행해 준다. 병원계에도 일부 전문 병원 중심으로 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네트워크 병원이 도입됐지만 브랜드 사용 외에는 이렇다 할 지원이 없다.
기재부는 생산자·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바람직한 형태의 보건의료 사업체 브랜드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법 개정과 적용 체계 마련이 과제
보건의료사업체 브랜드화를 현실화하기 위해 해결 할 과제가 많다. 가장 먼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의료법에는 개인병원은 법인과 달리 복수 사업장 개설을 불허하고 있다. 최근 허용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행 약사법에는 법인형태의 약국 설립이 금지돼 있다. 중소병원과 중소약국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기 위해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커피전문점 등 서비스산업의 프랜차이즈 방식을 적용해서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현희 한국병원경영연구원 박사는 “중소병원은 전문성으로 차별화 된 브랜드를 요구하고는 있지만 브랜드화에 따른 별도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브랜드화에 따른 지원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지원 범위가 어디인지, 동일 브랜드 하에 어떠한 정책을 적용할 것인지, 전체적인 지원과 관리를 담당하는 주체는 누구로 할 것인지, 주체의 역할과 설립 기준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중소병원 관계자는 “편의점처럼 기존 모든 정체성을 버리고 하나의 정체성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상당수 중소병원은 브랜드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으로 보건의료사업체 브랜드화의 장점과 문제점을 파악할 것”이라며 “타당성이 있다고 입증되면 보건복지부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논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