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금융을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장착하면서 현장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소 우량 기업 발굴이라는 밑그림을 기술이라는 새 코드로부터 그리겠다는 전략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리스크 헤지 측면에서 기술형 기업은 그야말로 ‘부실 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은행의 대출, 투자 또한 우량기업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창조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돈맥경화’에 걸려 주저앉기 일쑤였다.
이 같은 제약을 정부가 걷어내겠다고 나섰으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금융 현장에선 기술금융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기술금융을 시장원리와 은행 자율에 맡기지 않고 획일화된 정부 잣대에 맞추려는 인위적인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술금융 관련 확장이 은행권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밑그림 없이 ‘완성된 그림’을 보고 싶어한다는 비판이다.
기술금융이 한국에서 진정한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먼저 밑그림 작업이 필요하다. 은행과 평가업체 간 갈등양상을 보이는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책의 문제가 아닌 현장의 걸림돌이다.
우선 건당 100만원 수준으로 높은 기술신용평가 수수료가 부담이다.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이 필요하다. 은행권이 기술금융에 갖는 거리낌도 전문 심사인력 확보를 통해 없애야 한다. 대부분의 은행은 기술심사를 어떤 식으로 해야할지 난감해한다.
제대로 된 기술 가치를 평가할 전담조직 확대가 밑그림 속에 녹아야만 진정한 기술금융이 안착될 수 있다. 27일부터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책금융공사 대표들이 기술서민금융 현장방문 투어를 시작한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현장에서 이들 기술기업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경청하길 바란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묘안은 현장에서 나오며, 현장이 곧 기술금융이 발현되는 마당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