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칠판 특집] 스마트교실 중심은 전자칠판

[전자칠판 특집] 스마트교실 중심은 전자칠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스마트교실 구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교육부가 연초 스마트교실 구축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중단한 것이다.

당초 2조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던 스마트교실 시스템 관련 업체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전자칠판 업계는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고 아우성이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스마트교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중·고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하는 스마트교실화는 세계적 트렌드다. 영국·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절반 이상의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했다. 터키도 60만개에 이르는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하는 스마트교실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칠판 없는 교실은 상상하기 힘들다. 최근 한국정보교육학회가 스마트교실을 운영 중인 제주도 내 160개 초등·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자칠판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각국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교실 구축 사업도 전자칠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독 국내에서만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모양새다.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지 국내외 전자칠판 시장의 동향과 문제점 등을 긴급 점검한다.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국내 스마트교실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퓨처소스에 따르면 LCD형 전자칠판 세계 시장 규모는 2011년 12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서 올해 19억달러, 오는 2017년 21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세계 3500개 교실 가운데 전자칠판을 설치하는 스마트교실은 2011년 평균 11.2%에서 올해 17.9%, 2017년에는 23.6%로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2012년 69만개 교실 가운데 85%에 이르는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 가장 높은 스마트교실화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8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2년에는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각각 62%와 58%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는 오는 2017년 전자칠판 설치 비율을 각각 83%와 81%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터키다. 터키의 전자칠판 설치 비율은 2012년 22%에서 2017년 8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터키는 오는 2018년까지 60만개 교실 전체를 스마트교실로 전환하는 ‘파티(FATIH)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8만5000여개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 35만개 교실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교실 수가 38만개 규모인 한국은 2012년 전자칠판 설치 비율이 10%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23%로 예상됐다.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비율이다. 이마저도 올해 정부 주도 스마트교실 구축 사업이 중단되면서 집행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IT강국, 스마트러닝 종주국이라는 위상이 무색한 성적표다.

◇국내 전자칠판 시장은 위축

국내 전자칠판 시장은 대폭 줄었다. 2010년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으나 이후 정부조달 시장이 위축되면서 2013년에는 1200억원 규모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조달 시장은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으로 2008년 512억원에서 2009년 826억원, 2010년 852억원으로 늘었으나 2011년 524억원, 2012년 413억원, 2013년 350억원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나마 대학과 학원, 유치원,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민간시장이 유지되면서 국내 전자칠판 시장 붕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정부 주도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올해까지 3000개 가까운 교실을 모두 스마트교실화할 계획인 세종시교육청과 160개 학교에 특별실로 스마트교실을 운영 중인 제주도교육청 사업이 그나마 남아 있는 조달 수요다.

세종시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총 1500여개 교실을 스마트교실로 전환했다. 지난 6월 56억원 규모 스마트교실 구축사업을 발주한 데 이어 연말까지 나머지 1260여개 교실도 스마트교실로 전환할 예정이다.

◇수요 무시한 예산 배정이 스마트교실 효율 낮춰

질적인 측면에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는 스마트교실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사업 예산에 전자칠판은 포함하지 않았다. 학교 재량에 맡겼다. 학교 입장에서는 예산이 배정된 스마트기기와 장비, 솔루션 등을 먼저 구입하고 남는 예산으로 전자칠판 구매를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부족한 학교는 성능이 떨어지는 화이트보드나 프로젝터 또는 싸구려 전자칠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마트교실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한국정보교육학회가 제주도 내 160개 학교에서 스마트교실을 운영 중인 일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종우 제주대 교수가 ‘스마트교실 활용 실태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작성해 지난 7일 공주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스마트교실에 설치한 교육 기자재 활용도였다. 이 질문에 응답자 48.6%는 전자칠판을 꼽았고 38.6%가 스마트패드를 선택했다. 일선 교사들은 전자칠판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교실 강의는 전적으로 교사가 진행한다. 사진이나 영상·그래프 등 모든 디지털콘텐츠는 교사의 강의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핵심 콘텐츠는 모두 교사에게서 나오고 이를 전달하는 공간이 바로 칠판이다. 그럼에도 지난해까지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 무선장비 등을 주요 장비로 구매했던 제주시가 올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확장사업에 전자칠판 예산은 넣지 않았다.

전자칠판 업계는 “스마트교실 효율성을 높이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전자칠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칠판 표준화 시급

얼마 전 전교조 세종지회가 교사들이 전자칠판 설치에 부정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전자칠판이 수업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가 60%에 달했지만 지속적인 사용 시 건강이 걱정된다는 응답도 70%나 됐다는 것이다. 스마트교실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이 교사와 학생의 시력감퇴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전자칠판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면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사장은 영국 퓨처소스 테스트 결과와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보고서 등을 토대로 국제 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교실 크기와 가독거리를 고려해 스마트교실용 전자칠판 크기를 정하고 시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해상도와 화면밝기 등에 기준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물론 업계 표준은 이해당사자인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할 일이다. 업체별 기술 수준에 따라 호·불호도 나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점이 됐다. 전자칠판 업계가 앞으로 어떤 표준을 만들어 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국가별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설치 교실 현황 및 전망

*자료 : 퓨처소스 (2013년)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 연도별 전자칠판 집행 예산

*자료 : 전자칠판협회

스마트교실 기자재별 활용도

*자료 : 한국정보교육학회

[전자칠판 특집] 스마트교실 중심은 전자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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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