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 이야기]같은 사람, 다른 수당

○…신입회원 늘어나도 웃을 수 없어요.

국내 굴지의 소재부품 대기업 출신 A씨. 지금은 외국계 회사 임원으로 일하는 A씨는 자신이 몸담았던 대기업 출신 직원의 비공식 OB모임에서 신입회원 모집(?)을 맡고 있습니다. 과거 A씨와 비슷한 업무에 종사했던 직원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퇴사하면, 연락해서 OB모임 참석을 유도하는 것이죠. 아무래도 퇴사와 이동이 잦은 연말에 연락할 일이 많이 생기는데요, 올해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A씨가 일했던 회사 분위기를 보면 ‘살생부’가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심상치 않기 때문이죠. 덕분에 OB모임의 신입회원은 많이 늘어날 것 같은데,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고 A씨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같은 사람, 다른 수당.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B사 사장은 최근 퇴사한 직원 C씨의 소식을 듣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 직원이 B사에서 해외 장비업체로 옮겼는데, 고객이 지불하는 시간당 수당이 너무 차이가 나더라는 겁니다. 장비업체 직원들이 유지보수를 위해 고객 공장을 방문하면 고객은 시간당 비용을 정산해 지불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달랐던 것이죠. B사가 C씨를 보냈을 때 시간당 10만원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글로벌 기업에 입사한 C씨가 20만원을 받더라는 겁니다. B사 사장은 어이가 없었죠.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해외 장비 기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장비 업체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요. 그러나 국내 장비 업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 같은 대우를 먼저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때는 스타, 지금은 흉흉한 소문만 난무.

요새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계에선 D사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둥 대표이사가 바뀐다는 둥 하는 얘기들인데요. 한때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스타 팹리스’로 주목받았던 D사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엔지니어들을 포함한 기존 인력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보유현금도 금세 동이 나 신제품을 개발할 여력이 없어진 거죠. 가뜩이나 시황도 안 좋으니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요. 전환사채까지 발행하며 회생하려하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국내 팹리스 업계의 거목들이 이렇게 사라지는 건지, 업계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조연설도 밥먹고 합시다!!!

디스플레이 분야 국내 최대 행사인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14)’가 27일부터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나날이 참관객과 논문 발표수가 증가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요. 올해 주최 측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기조연설 시간을 변경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늘 행사 첫날 아침 9시에 시작을 했는데요. 대구에서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참여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11시로 늦췄습니다. 시간 변경은 탁월했습니다. 매년 300여명 정도가 참석하다 올해는 600명이 넘게 기조연설을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챙기지 못한 게 있었습니다. 기조연설자가 3명이다 보니 1시가 넘어 끝났습니다. 12시 반을 넘어서자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점심시간과 겹쳤기 때문이죠. ‘금강산도 식후경’이 진리라는 것,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IMID 2015’엔 배고프지 않게 기조연설 들을 수 있겠지요?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