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시장조사를 위해 선전(심천)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도시 녹지율이 45%에 이르고 아름다운 해변과 야자수 풍경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매번 방문할 때 마다 놀라움을 선사한다.
인구 1500만명으로 중국 4대 도시 중 하나인 선전은 2009년에 홍콩의 GDP를 추월했고, 지난해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서 우리나라 GDP보다도 5000달러 이상 높은 잘사는 도시다. 선전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자동차기업 BYD와 애플 스마트폰 제조공장인 폭스콘, 애플에 가장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는 ATL이 인근 둥관에 위치하고, 중국 대표 TV 제조사인 TCL, KONKA 등도 선전에 있다.
선전 시내를 활보하는 전기차 택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선전에는 두 종류의 택시가 있다. 붉은색은 일반 택시고, 푸른색은 순수 전기차 기반 택시다. 선전에만 1만대 택시가 있고 그 중 10%인 1000대가 BYD의 전기차다. 여기에 700여대의 전기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BYD는 충전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택시회사와 버스회사에 공급했다. 일반택시를 타면 추가로 내야 하는 유류 부가세를 전기택시를 타면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택시비 약 10%를 절약할 수 있고 넓은 실내공간과 승차감도 뛰어나 이용객 수가 크게 늘었다.
일정한 거리와 영역을 운행하고, 영업 외 시간에는 택시 회사 차고지 등 일정한 장소로 돌아오는 특징이 있는 택시와 버스 등 상업용 차량을 전기차로 먼저 보급한 것도 전기차의 제한된 주행 거리 문제와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중국 정부와 BYD의 의도인 것이다.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광고 효과도 크다고 판단했다.
최근 일취월장하는 BYD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지분 10%를 매입한 중국 토종 기업이다. BYD그룹은 중국 전역에 걸쳐 20여개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전자 부품과 리튬이온 이차전지, 일반 가솔린 자동차와 전기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공장은 시안과 창샤 등 내륙에, 배터리는 선전과 상하이 등에 4개의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BYD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300㎞를 갈 수 있고 배터리 용량은 60㎄h라고 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차량 장려 정책과 맞물려 BYD 이미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심각한 대기 오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는 경제 성장의 문제가 아닌 생존에 관련된 문제로 전기차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경제를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가 직접 진두에서 나서 중국의 40여개 대도시의 시장을 모아 놓고, 전기차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고 6만위안을 지급하고 선전시는 이와 별도로 BYD E6모델에 추가 6만위안을 제공한다.
중국 전기차 보급의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친환경과 석유자원 의존도를 낮춘 에너지 안보, 전기차를 통한 경제성장이 중심이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내년까지 2년간 미세 먼지 퇴치 예산으로 2조5000억위안(약 430조원)을 지원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순수 전기차 도입 목표는 2015년까지 누적 50만대, 2020년까지 누적 500만대다. 이것이 달성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은 중국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BYD는 회사 실적이 정점에 달한 2009년 이후 3년간 순익이 97% 급감했지만 BYD를 이끄는 왕찬푸 회장은 첫 전기차 모델 ‘E6’에 대한 열정과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등에 업고 지난해 순익이 580% 성장했고, 주가는 85% 급등하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와 세계 자동차 5위의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기대주들이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정책은 환경뿐 아니라 산업과 경제성장의 밑받침이 돼줄 것을 기대해 본다. BYD와 중국 정부를 뛰어넘는 지혜로운 조합을 우리나라가 선점하기를 희망해 본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 kenny@sneresea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