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창조경제시대 새로운 휴대폰 유통질서

한국 이동통신 역사 30년 만에 커다란 변화가 다가온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그것이다. 단통법은 그동안 시장자율에 맡겼던 이동통신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사장
박종일 착한텔레콤 사장

규제 대상은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사뿐 아니라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까지 포함한다. 유통을 포함해 이동통신에 관련된 종사자만 30만명에 달하고, 5000만 국민이 정기적으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만큼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시장의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단통법 교육현장에서 만난 모든 이들의 관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단통법 이후에 시장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가.”

단통법의 근본 목적은 ‘가계 통신비 절감’이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목표로 하는 단통법의 방법론은 ‘공정성 확보’다.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금지되며 휴대폰 개통조건별, 지역별로 공시된 보조금만 공정하게 제공해야 한다. 시장 경쟁을 위해 정해진 보조금의 15%만 더 제공할 수 있다.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쪽은 당연히 이동통신사다. 단통법 시행에 즈음해 통신사들의 요금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보조금 경쟁에서 요금 경쟁으로 경쟁의 축이 바뀔 것이다.

단말 제조사 역시 예민하다. 그동안 단말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각사 보조금을 합산해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단말 구매 비용을 낮추며 유통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단통법에 포함된 두 가지 내용은 단말 제조사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첫 번째는 보조금의 분리 공시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과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분리해서 표시해야 한다.

제조사로서는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보조금이 노출되며 출고가 인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중고폰과 자급제 단말 활성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이동통신사 유통망을 거치지 않던 중고폰과 자급제 단말은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고객으로선 중고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보다 신규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단통법은 중고폰이나 자급제 단말에도 공시된 통신사 보조금 수준의 요금할인을 해줘야 한다. 기존에 받지 못했던 보조금을 요금할인을 통해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히 중고폰과 자급제 단말이 활성화된다.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은 어떠한가. 지난 30년 동안 한국 이동통신 확산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리점과 판매점은 지난 수년 동안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스마트폰과 LTE 활성화로 휴대폰 판매가 급증했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화됐다. 2007년 2만 곳 수준이었던 매장 수는 2012년 4만곳 이상으로 급증했고 제조사 유통채널과 양판점, 대형마트의 시장 참여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단통법은 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매장 앞을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큰 소리로 “휴대폰 공짜”를 외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단통법에는 요금할인과 단말할인을 구분하기 때문에 이를 합산해 기존처럼 ‘공짜’라는 표현을 남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이 있는 곳으로 나가야 한다.

답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휴대폰 구매 고객의 대다수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지만, 온라인 채널의 신뢰 부족으로 실제 개통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단통법 이후에는 온라인 채널의 신뢰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은 이동통신 유통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휴대폰 판매가 죄악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수년 이동통신 유통은 자정 작용이 실패했고 결국 법으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요한 것은 시장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단통법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 거대 기업인 통신사와 제조사뿐 아니라 일선 대리점, 판매점에도 중요한 시기다. 시간이 없다. 단통법 시행까지 고작 한 달 남았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사장 justin.park@goodmobi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