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도전·창조 모든 게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망분리 PC 개발사 컴트리 이숙영 대표의 말이다.
유통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회사는 확실한 미래 먹을거리를 찾겠다며 어렵게 망분리 PC를 개발했지만 정작 아무도 먼저 쓰려고 하지 않았다.
“앞에서 하는 얘기와 실제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일침이다. ‘과거 공급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검토만하고 구매에 나서질 않았다. 망분리 PC 한 대면 해결되고 가격도 30~35% 줄일 수 있었음에도 내부망과 외부망 각 1대씩 2대를 고집한 것이다. 자금이 동나 아파트 구입비로 모았던 개인 자금까지 탈탈 털어 투자한 제품이 외면 받자, 이 대표는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그 노력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PC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컴트리 제품이 물리적 망분리 PC와 논리적 망분리 PC 두 개의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점이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 중소기업청 성능인증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조달청 ‘조달우수제품’으로도 선정됐다.
“조달청 직원이 ‘PC로 조달 인증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컴트리가 큰일을 해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때부터 고객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좀체 웃음기를 보이지 않던 이 사장은 ‘우리가 해냈어요’라는 듯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매출 22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는 올해 100억원을 바라본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망분리 PC 수요가 서서히 일고 있다. 컴트리 제품 판매에 나서겠다는 유통 대행사가 나타나고 망분리 PC 구매 의뢰도 이어진다.
이 대표는 “내년에는 국내 조달시장에서 망분리 PC 수요가 5만대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분위기라면 내년에는 매출 300억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용히 사회공헌 사업을 이어왔다. 미약하나마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컴트리가 일조하고 싶다는 희망이다. 청담종합사회복지관·혜명양로원·금천구청 등 여러 기관과 PC기증 및 보급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달에는 금천구청과 PC 한 대 팔 때마다 1000원을 기부하는 협약도 맺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작년 여름에 직원이 ‘통장에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기부를 건너뛰자는 말을 했었다”며 “하지만 고민 끝에 기부를 결정했는 데 만약 당시에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부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