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뉴욕이나 런던 등 글로벌 금융가에서는 ‘애플이 페이먼트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의문이었다.
이미 지난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애플은 모바일 결제 관련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구글이 이 시장에 뛰어들 때도 애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애플이 이번 아이폰6 출시에 맞춰 드디어 발톱을 드러낸 셈이다. 수년간 숨겨온 발톱치곤 일견 날카로워 보이진 않는다. NFC(근거리무선통신기술)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결제방식이다. 실제 적용 성적도 나쁘다.
국내에선 이미 지난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명동에 ‘NFC존’을 설치, 두 달간 시범서비스까지 했다. 이통 3사와 11개 신용카드사, 편의점·커피점 등 6개 프랜드 200여 가맹점이 정부 명령에 총동원됐다. 하지만 방통위가 실결제 건수를 못밝힐 정도로 결과는 시원찮았다.
미국보다 신용카드 결제율이 두 배 이상 많은 IT 강국 대한민국의 사정이 이 정도인데, 애플이라고 별 수 있을까.
하지만 ‘애플은 다르다’(That could change with Apple)는 게 블룸버그의 시각이다. 좋든 싫든, 애플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타 기종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말 보급률로 산업 표준을 주도한다.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애플이 움직이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 세계에 깔려있는 8억개의 ‘아이튠스 계정’은 애플이 믿는 가장 강력한 화력이다.
크론컨설팅의 리차드 크론 CEO는 “아이튠스 계정에는 이미 각종 결제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애플이 이를 마케팅 플랫폼으로 삼아 모바일 결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일선 매장들까지 앞다퉈 애플에 광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1개 아이튠스 계정당 연간 300달러의 광고 수익이 예상된다는 게 크론 CEO의 분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