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갈등 문제와 관련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일 여의도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 거취(사퇴)를 이사회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발언이다.
이 행장은 “주전산 교체 과정에서 유닉스 안전성 성능 조작 등 허위보고가 명확해 은행장으로서 좌시할 수 없었다”면서 “그동안 주전산기 결정 과정에서 논란 원인 제공자에 대한 사법고발 조치가 완료된 만큼 앞으로 이사회와 협의해 잡음 없는 의사결정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이사회에 일임하겠다”며 “주전산기 문제와 관련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제 양심은 떳떳하다”고 힘줘 말했다.
IBM 개입설에 대해서도 먼저 입을 열었다. 이 행장은 “셜리 위추이 IBM 대표를 만난 건 사실이지만, 인사를 받는 수준”이었다면서 “개인 메일을 통해 제안도 받았지만 메일이 온 즉시 은행 CIO와 CISO, 상임감사 등에게 포워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BM과 개인적인 관계가 있었다면 개인 메일을 해당 임원과 공유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행장은 갈등의 촉매제가 된 KB금융지주의 인사 개입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 인사개입 관련 부분은 충분히 소명했다”면서도 “검찰 고발 과정에서 KB금융지주의 인사개입 관련 부분도 당초 초안에 내용이 포함됐었지만, 이 부분은 삭제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 아래 뺐다”고 밝혔다.
이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은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과 그룹 내 주도권 다툼을 사실상 인정하는 모양새로 보여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 논란으로 KB금융그룹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이 행장은 상당 시간을 할애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집에 도둑이 들어 ‘도둑이야’라고 외치고 있는데, 남들은 왜 시끄럽게 하냐고 야단치는 꼴”이라며 “행장직을 걸고 그럴 순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만약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 자신의 직을 걸고 누군가 출항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 과연 그를 비난할 수 있는가”라며 “설마가 문제를 키우는 것이고, 주전산기 또한 책임자의 마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규명한 작업이 왜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행장은 “남은 임기가 2년 남짓인데,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면 편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안전성 조작부분이 문제가 돼 주전산기 교체 이후 사고가 터진다면 그건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1일평균 1억 건 이상의 거래가 되는 국민은행의 시스템 안정성이 왜곡 보고됐다면, 이는 국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과의 불편한 동거에 대해서는 “화합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사회에서 제 거취가 잘 결정된다면 임회장과의 협력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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