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서로 상대방의 홈그라운드에 진출해 진정한 승부를 벌인다.
아마존은 최근 중국 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에 신규 거점을 마련, 중국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알리바바에 도전장을 냈다. 알리바바 역시 이달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관련 쇼핑몰을 가오픈한 상태다. 혁신기업의 대명사인 두 기업이 새로 진출한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경쟁사가 점유한 텃밭을 공략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마존 vs 알리바바 ‘대담한 도전’
아마존은 상하이시 당국과 FTZ 내 지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로써 아마존은 해외 제품을 중국에서 더 많이 팔 수 있게 됐으며,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와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3000억달러(약 304조2900억원)로 추정되는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아마존닷컴은 상하이 FTZ 진출로 중국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상하이시 당국은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아마존이 중국 기업 제품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에 물류창고도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하이시 당국은 “이를 통해 아마존이 국경 간 결제 규모를 키우고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를 이용해 금융 혁신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는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FTZ를 금융산업 개혁과 해운·통상 개방을 위한 실험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당초 일정보다 다소 늦춰진 이달 뉴욕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IPO를 하게 되면 약 118억달러에서 최고 25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분석가들은 2012년 IPO한 페이스북의 규모(160억달러)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08년 비자(196억달러)를 제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아마존에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맞춤형 상품 판매’ vs ‘짝퉁 청소’ 전략 먹힐까
아마존은 올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억26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을 감수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온라인청과물 유통업체 ‘염미77’ 지분의 일부를 2000만달러에 사들였고 지난달에는 아마존 글로벌사업 담당 부사장을 지냈던 덕 구르를 중국법인의 새 사장으로 임명했다.
구르 사장은 “중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다양한 상품과 편리함을 갖춘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갖춰 중국 소비자를 매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MOU로 아마존이 얼마나 큰 혜택을 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상하이 FTZ 지역이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선전과 달리 세제혜택 등 별다른 우대정책을 글로벌 기업들에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시티그룹과 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이 이 지역에 첫발을 들인 후 다른 외국계 기업들은 입점을 주저하고 있다”며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 정책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알리바바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짝퉁’ 제품을 몰아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기존 중국산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한 유인책으로 짝퉁을 가려내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입점해 있는 수많은 짝퉁 제품으로 인해 오리지널 브랜드들이 온라인몰에 입점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들 브랜드 입점 이후에는 인가받지 않은 유통업체를 티몰 사이트에서 몰아내고 짝퉁과의 전쟁에 앞장서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알리바바는 8곳의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조치가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지를 고급화해 고객 유치가 용이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브랜드 및 신규 투자 유치도 수월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알리바바는 미국 상장을 앞두고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2분기 순이익은 19억9000만달러(약 2조16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잭 마 창업자는 알리바바 지분 8.8%, 알리바바 전자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의 모회사 지분 48.5% 등을 보유 중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