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화학산업 넛 크래커...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

위기 상황인 국내 정유·석유화학산업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전자신문이 후원하고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위기의 정유·석유화학산업,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전기 위주 에너지 공급 구조 개선과 환경 규제 완화, 석유유통 정책 철회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위기의 정유·석유화학산업,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맨 오른쪽)이 주제발표 하고 있다.
3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위기의 정유·석유화학산업,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맨 오른쪽)이 주제발표 하고 있다.

연사로 나선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미국 등 선진국 견제와 중국, 중동 등 신흥국 추격 중간에 끼인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납사 기반 석유화학산업 원가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원가경쟁만으로 힘든 상황인데 국내외 환경 안전 규제는 더욱 다양해지고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배출권거래제, 화평법, 화관법, 통합법, 자원순환법, 피해구제법, 원청업체에 사고 책임 부과, 환경배출 규제 강화 등 규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출권거래제는 중국과 미국도 시행하지 않고 일본도 포기한 상황인데 우리나라만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며 “환경규제는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적절한 시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정유·석유화학산업은 에너지비용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대기업 위주 규제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정말 에너지효율 향상이 필요한 곳을 찾아 규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유산업 위기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의 에너지시장 개입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에너지시장에 개입해 전기 중심의 비효율적인 에너지소비 구조를 만들어 대체제인 석유나 가스가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만든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의 가격 정책 때문에 빼앗긴 석유·가스 시장을 되돌려 주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시장개입이 실패라고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 또는 학교 등 냉난방에 석유·가스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보완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유산업 부문에서 당장 남아도는 석유제품 활로를 위해 남북협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를 우리나라가 공급할 수 있는 방안 등 대북 진출 모색으로 당장의 위기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경쟁 촉진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석유 유통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문 실장은 “정유 산업 호황기인 2011년 수립한 알뜰주유소를 기반한 경쟁촉진정책이 여전히 유효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젠 정유산업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정부는 경쟁 촉진 정책은 철회하고, 해외진출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