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가 교육부의 과학교육 축소 움직임에 대해 “국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과학계가 과학교육 축소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 지도층 인사도 가세하면서 과학교육 축소 논란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기초과학학회협의체(회장 김명환)가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창조경제시대의 미래인재양성교육 국민대토론회’에서 기조발제자로 나선 정운찬 전 총리는 “국가 교육과정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들지 말고,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교육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미래 지향적 식견을 가진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재상을 논의하고, 이 논의에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국가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교육과정은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을 분명하게 밝혀줘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구체적으로 언어, 수학, 과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세계화 시대에 일류 국가들은 언어, 수학, 과학을 강조한다”면서 “특히 21세기는 모든 것이 과학기술로 해결되는 ‘과학기술의 시대’인 만큼 초·중·고등학교에서 과학과 수학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도 “세계 각국은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창조경제의 경쟁력은 과학기술의 힘에서 나오고, 이는 곧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힘”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계도 가세했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미래 인재상과 공교육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2009 교육과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수 이수단위를 축소한 ‘2013 수시개정’은 개정범위와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부섭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국가 경쟁력의 근원인 과학기술 교육을 소홀히 하면 미래 국가 운영을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과거 역사를 봐도 과학기술이 발달한 나라가 패권을 가졌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수학과 과학은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자 다가올 창조경제 시대 핵심역할 담당할 학문적 기초”라면서도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이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원론적인 견해만 밝히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대다수 참석자들의 실망감만 자아냈다. 하지만 황 장관은 “토론회에서의 토의와 의견 개진이 교육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여운은 남겼다.
권건호·송준영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