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총량제, 전문가들도 반대 목소리···지상파 "콘텐츠 재원 필요" 반박

방송산업 전문가들이 지상파 방송에 도입될 예정인 광고총량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광고총량제가 지상파 방송사에 실질적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권 침해, 방송채널사업자(PP) 위축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지상파 등은 이에 대해 PP시장에는 영향이 미미하고, 방송사가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위해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반박했다.

한국방송학회는 4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방송광고 제도 및 내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광고총량제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광고 총량제는 전체 광고 허용량을 법으로 정하고 시간, 횟수, 방법 등은 방송사업자에게 맡기는 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7대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지상파 방송에 광고 총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광고총량제가 국민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먼저 지적됐다. 무료 보편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지상파가 선정적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해 공익성·공공성을 해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광고 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이 발생해 중소 방송채널사업자(PP)가 위축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광고총량제로) 국내 콘텐츠 시장의 70%를 차지한 지상파에 광고를 몰아주면 중소PP 광고 수요가 감소해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호윤 MBC 부장은 “중소PP는 자상파와 달리 보험, 대부, 영세업자 등의 광고가 집행되고 있어 (지상파와) 광고주를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방송 콘텐츠 질 향상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광고총량제의 효용성에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상파가 광고총량제를 도입해도 재원 마련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두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연구위원은 “종편이 등장하면서 (지상파의) 수익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선정적 프로그램을 제작할 가능성도 있지만 제작 재원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광고총량제 도입을 지지했다.

황근 교수는 “모바일 광고가 급성장하고 인터넷 광고가 지상파를 넘어선 상황에서 향후 지상파 광고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가 지난 10여년간 흑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재원 마련을 위해 광고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윤 부장은 “코바코 분석에 따르면 광고총량제로 MBC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연 100억원 규모”라며 “영향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