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순위’에 민감하다. 어릴 때부터 점수와 등수에 얽매여 공부한 탓일까. ‘1등’이 아니면 실패한 것으로 평가 내린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시장 조사업체마다 서로 다른 수치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샤오미 중 누가 진정한 1위인지 평이 엇갈렸다.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캐널리스(Canalys)는 지난 2분기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개발도상국 샤오미가 글로벌 1위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소식은 국내에서 커다란 이슈가 됐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이관궈지(易觀國際)’에서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LED 업계에도 최근 비슷한 논쟁이 불거졌다. 글로벌 조사업체들이 발표한 국내 LED 업체들의 매출 순위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순위가 뒤처진 업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업체들이 매출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업계 순위가 가장 민감한 수치기 때문이다. ‘업계 1위’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 브랜드 파워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이 첨단 기술 개발만큼 영향력 있다는 것을 업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순위는 경영진에게도 매우 예민한 데이터다. 전임 사장이나 임원이 기록했던 순위에서 내려가면 자리를 보전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선 업계 순위가 곧 서열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순위 다툼은 업체들 간 자존심을 건 싸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원한 1등은 없다. 분기마다 순위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순위가 떨어졌다면 다음 시합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심어준다면, 업계 순위 변동에 마음 변할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1등 왕관’에 욕심 부리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