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을 끌어오던 KB내분 사태가 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중징계’ 번복 결정을 받아든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퇴로 매듭짓는 모양새다. 최 원장은 이날 당초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주의적 조치) 결정을 중징계(문책적 경고)로 상향조치하면서 갈등 당사자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을 압박했다. 민간위원까지 참여해 내린 제재심의위 결정을 감독당국 수장이 상향시킨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이날 하루 KB뿐 아니라 금융위, 금감원, 경쟁사 등 전체 금융권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이 행장은 관련법에 근거해 최 원장 결정이 최종 결론인 만큼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책적 경고는 해임권고나 직무정지와 달리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지만, 보통 징계결정을 받으면 해당자 사퇴로 마무리된다. 줄곧 강하게 반발한 이 행장도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임 회장의 거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지주법에 따라 다른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사퇴보다 더 급한 게 있다. 바로 수뇌부 내홍으로 상처가 날대로 난 KB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이번 사태로 2만5000여명의 KB 임직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대표 금융기관 구성원으로서 한국 금융산업을 일궈왔다는 자부심은 사라졌다. 경영진 이전투구에 11개 계열사 전체가 비리 집단 또는 집안싸움이나 하는 한심한 회사라는 멍에를 짊어졌다.
이 시점에서 사태 근본 원인을 다시한번 보자.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할지, 메인프레임으로 할 지는 의논해 정하면 된다. 수 없이 많은 시장 평가도 있다. 이걸 놔 두고 회사에 위해를 가했으니 징계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싸우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봐도 웃을 일이다. 낙하산 인사들 간 세력 다툼에 수수방관하던 금융당국이 갑작스런 검사 요청에 갈 짓자 제재 행보를 보이면서 사태를 더욱 키웠다. 당국은 자신들의 한계를 반성하고 KB임직원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워 정상화시키고 금융산업의 일원으로서 다시 뛰게하는 일부터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