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공장(팹) 지멤스가 연이은 실적 부진을 탈피하지 못하고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외주생산(파운드리) 서비스를 중단하고 공장 가동까지 멈췄다. 국내 시장 여건상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국내 MEMS 산업이 좌초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멤스(대표 이상철)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파운드리 서비스를 지난 7월부터 잠정 중단하고 지난해에 비해 인력의 70%를 감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5월 말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해 최근 10여명 안팎의 핵심인력만 남겼다”며 “7월 초부터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파운드리 사업도 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객사 확보에 실패해 실적 부진이 누적되면서 적자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멤스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인 ISC테크놀러지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MEMS는 반도체 생산 공정을 활용해 마이크로미터(㎛)급 초미세 기계 부품과 전자회로를 집적하는 기술이다. 가속도·자이로·지자계 센서, 광분배기 등 다양한 제품이 MEMS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센서의 70%가 MEMS 기술로 제조된다.
지멤스는 지난 2011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인천 송도 RFID/USN센터의 MEMS 팹을 민영화해 설립됐다. NIPA가 574억원을 현물 출자하고 지멤스 컨소시엄이 320억원을 현금 출자해 합작 법인을 만들었다. 현재 NIPA가 가지고 있는 지멤스 지분은 49%다.
8인치(200㎜) 웨이퍼 첨단 공정이지만 서비스와 기술력이 부족하고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정부 과제 등을 통해 월 매출 5000만~6000만원을 기록한 정도다.
이에 따라 아직 MEMS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국내 여건상 정부도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현재 MEMS 센서의 국산화율은 ‘0(제로)’에 가깝다. 학계 관계자는 “학교·연구소 등에서는 MEMS 연구개발(R&D)이 활발한 편이지만 파운드리를 맡길 물량이나 금액이 안 된다”며 “멀티웨이퍼프로젝트(MWP, 한 웨이퍼에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도 지원하지 않아 이용을 안 한다”고 언급했다.
NIPA 관계자는 “현물 출자 이후에는 추가 투자한 금액도 없고 경영에 간섭하지 않아왔다”며 “민간 기업에 넘어간 만큼 직접 지원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조치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멤스가 공장 가동 중단을 지속하거나 사업에서 철수하면 국내 MEMS 산업은 태동조차 못한채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상 팹 설비는 6개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 오염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국내 MEMS 시장은 이제 막 꽃피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유일의 MEMS 팹인 만큼 회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MEMS 센서·액추에이터 시장이 지난해보다 14% 성장한 8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화하면 오는 2018년에는 122억달러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기반 센서 시장 추이 및 전망 (단위 : 억달러, 2014년부터 전망치)>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