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초 블루LED 에피웨이퍼를 수입하는데 통관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다. 재료가 사파이어인 에피웨이퍼를 보석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사파이어가 보석이 아닌 반도체 재료라는 해명자료를 내놓고서야 통관이 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2000년대 LED 산업은 블루 LED 칩이 휴대폰 키패드와 LCD 백라이트유닛(BLU)에 적용되면서 급속히 성장하게 된다. 아울러 한국 휴대폰은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지금의 스마트폰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2009년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을 때 한국은 LED TV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키며 세계 속에 기술 한국의 위상을 확고히 새겼다. 세계 LCD TV 두 대 중 한 대는 한국산이라고 할 정도로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또 LED BLU 시장을 창출하면서 매출이 1조원이 넘는 회사가 탄생하는 등 LED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한축으로 성장했다. 우리 LED 산업은 사파이어 에피웨이퍼를 보석으로 오인했던 불모지에서 20여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LED 산업은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및 BLU 등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LED 조명시장으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LED 시장 규모는 2014년 821억달러, 2017년 1228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계 LED 조명시장은 2012년 본격적으로 성장해 2014년 270억달러, 2016년 424억달러 시장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제는 LED 조명이 대세다. LED 조명은 탁월한 에너지 절감 효과와 친환경적 요소까지 더해져 매력적이다. 특히 LED 조명 가격의 급속한 하락은 투자회수 기간 단축이란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비효율적 조명제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LED 조명 보급으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가 2조원이라는 통계 수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LED 조명 보급률은 14% 정도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LED 조명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이다. 에너지가 절감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수명에서는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망가지는 불량품들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될까 걱정할 수준이다.
요즘 LED 전구의 가격이 삼파장 램프와 비슷할 정도로 많이 내렸다. 하지만 소비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어 줘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LED 전구를 살펴보면 밝기의 구분을 6와트(W), 9와트(W)등 소비전력으로 표기하면서, 밝기의 기준인 루멘(lm)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로 표기하거나 혹은 에너지소비효율( lm/W)은 아예 기재되지 않은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백열전구나 형광램프 등 여타조명은 소비전력(와트, W)이 밝기의 척도가 되는 것과는 달리 LED 조명은 소비전력으로 밝기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에너지소비효율(광 효율) 표기를 의무화해야 하며 글자 크기도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은 제품은 수명에도 영향을 주게 됨은 물론이다. 아울러 고효율에너지 기자재 보급촉진에 관한 규정의 10W 전구의 광효율이 68lm/W(Ra 75이상)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 시판 중인 제품과도 맞지 않다. 하루 빨리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경제산업성 산하 에너지조사회 워킹그룹에서 제조사업자들과 함께 협의해 기준년도(2011년 69.2lm/W) 대비 목표연도(2017년 110lm/W)를 정해 LED조명 판단기준을 확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LED 조명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관리 감독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중국 저가 저급 제품이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우리 업체의 존립에도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LED 산업의 다음 주자는 LED 조명임이 분명하다. 한국의 휴대폰과 LCD TV가 세계 시장을 선도했듯 LED 조명도 세계 속에서 화려하게 비상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김광경 이에스레즈 대표 kkkim@esle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