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 공세 직면한 가전업계 신발 끈 다시 매야

한국 주도 세계 가전시장 판도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10일(현지시각)까지 열린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IFA)에 TCL, 하이얼, 하이센스를 비롯한 중국 업체는 한국 업체를 향한 파상적 공세를 펼쳤다. 110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 양자점(퀀텀 닷)TV를 세계 처음 선보였다. ‘12년 품질 보장’이라는 파격적 정책도 제시했다. 자국 디스플레이 탑재도 놀랍다.

유럽 가전 업체 도전도 거세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사업을 33억달러에 인수한다. 북미 시장 입지가 확 넓어졌다. 독일 밀레와 지멘스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잇따라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일본 소니도 게임과 콘텐츠를 연결한 가전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바야흐로 가전 무한경쟁 시대다.

품질과 브랜드 등 전반적 가전 경쟁력에서 한국 업체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 하지만 기술 격차가 급격히 좁혀져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기기와 같이 이제 초기인 미래 전자시장에서 아직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과거 일본 업체가 그랬듯 몰락할 수 있다.

정면 돌파 외에 답이 없다. 삼성과 LG 브랜드 지명도와 인지도는 아직 높다. 연구개발력, 노하우 등 기반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를 발판으로 세계 소비자 욕구를 충실히 반영한 혁신 기술로 계속 앞서가면 외국 경쟁사에 따라잡히지 않는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최근 스마트폰사업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가전사업 투자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일본 업체를 밀어내고 ‘가전 코리아’를 만든 주역들의 자부심도 예전 같지 않다.

스마트홈 경쟁에서 보듯 앞으로 스마트기기와 융합한 새 가전시장이 열린다. 두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한국 업체가 이 미래 시장도 선도해야 마땅하다. 한 축이 약해지면 다른 축마저 무너진다. 에너지에 주력하느라 사업을 접은 GE와 달리 한국 업체들이 가전 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1~2년 사이 첫 고비를 잘 넘기면 한국 가전 힘은 더욱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