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그대나 상속자들 같은 한류드라마를 만들면 외주제작사들은 투자환경이 개선됩니다. 이를 위해선 외주제작 의무비율을 낮춰서라도 저작권이 포함된 외주제작 인정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국내 외주제작 인정기준이 겨우 2년을 넘겼지만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준은 5가지 항목 중 3개 조건만 충족하면 외주제작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실제 외주제작사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기준은 변별력도 없고 방향성 제시에 실패했다”며 “방송콘텐츠 제작현실을 반영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저작권의 소유를 경계로 한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분류 기준을 100% 자체제작, 방송사의 기획을 바탕으로 한 하도급제작, 방송사가 일부 제작비를 대는 부분 외주제작, 순수 외주제작으로 나누고 이를 의무비율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작권을 외주제작사가 보유한 비율에 따라 의무비율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의무비율에 반영하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상생이 가능한 제작방식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노 교수는 “드라마나 다큐의 경우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지면 투자자나 제2 방송 창구 확보가 가능하다”며 “외주제작사 역시 지상파 이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가 겨울연가나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다. 제작사는 적합한 배우와 작가, PD를 섭외해 드라마를 만들어 저작권을 확보한다면 중국이나 일본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 그간에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역시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면 역으로 국내 방송의 길이 열린다. 독립제작사 판미디어가 BBC에 다큐를 공급하고, 보다미디어가 ‘엉클 조’를 미국 PBS와 일본 NHK에 방송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저작권을 확보하면 방송콘텐츠의 금융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주장이다.
외주제작 의무비율을 낮춘다고 외주 산업이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 교수는 “방송물 외주 비중이 의무비율을 크게 넘어 드라마의 경우 70~80%까지 상회한 현실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수단임을 보여 준 것인 동시에 방송사 자체 제작의 비효율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주제작의무비율이 20년 넘게 흘러오면서 초기에는 시청률이 극히 낮은 새벽 시간에 외주를 배치하다 ‘모래시계’라는 외주제작 작품이 시청률을 결정지으면서 외주비율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방송사가 공공재인 방송주파수의 편성권을 앞세워 외주제작사를 압박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주제작사가 기획한 작품을 수정하거나 흐름을 잡는 것은 방송사 고유의 업무이지 제작기여와는 무관한 행위”라며 “이를 잣대로 저작권을 요구하는 행위도 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