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무선충전 기술 앞세워 車시장 입성 초읽기

퀄컴이 전기차(EV)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일본 닛케이비즈니스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축적된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응용전지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는 이 이방인의 등장에 긴장하는 눈치다.

`듣보잡` 퀄컴이 `베이징 포뮬러e`의 스폰서로 나서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듣보잡` 퀄컴이 `베이징 포뮬러e`의 스폰서로 나서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낯 선 퀄컴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포뮬러1(F1). 그 EV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포뮬러e’가 13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F1을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처음으로 개최하는 이번 레이스에는 프랑스 르노와 영국 맥라렌 등 유럽의 명문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익숙치 않은 기업명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미국의 퀄컴이다. 퀄컴은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휴대폰 통신 칩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무선 기술 관련 방대한 특허를 보유해 모바일 분야의 패권을 잡고 있는 퀄컴이지만 차 업계에선 낯 설다.

◇‘무선’이라면 자신있는 퀄컴

퀄컴이 차 시장을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구글이 ‘무인자동차’에 천착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라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퀄컴 고위관계자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스마트폰에 배터리가 문제였던 것처럼, EV도 결국 배터리 싸움”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자사만의 장점인 무선 기술을 활용한 ‘무선충전’ 방식을 개발, 현재 실용화 단계를 눈 앞에 두고 있다.

◇F1 후원은 ‘눈도장’

왜 퀄컴은 포뮬러e를 후원할까. 일종의 ‘눈도장’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IT분야에선 최고의 퀄컴일지 모르나, 자동차 업계에선 그저 조그마한 ‘칩’이나 만들어 떼돈 번 전자회사 정도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퀄컴이 주목한 게 F1이다. 유력 차 메이커와 관계를 맺고 있는 FIA를 발판 삼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진출하려는 노림수다.

투자 금액도 파격적이다. 퀄컴은 여러 펀드와 공동으로 포뮬러e에 5000만유로(약 661억원)를 출자했다.

퀄컴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듯, 언제든 무선 충전이 가능한 EV가 곧 나온다”고 말했다.

기술력 만큼이나 중무장된 ‘로비력’을 바탕으로 퀄컴이 전 세계 차 시장을 호령할 날이 멀잖았다는 게 닛케이의 전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