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가제가 요금경쟁을 제한하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폐지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으로 쏠림이 심화돼 경쟁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가 선뜻 인가제 폐지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시장지배력 문제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 시장지배력을 사실상 부정하는 논문(이동전화시장 경쟁상황 평가 개선 방안)이 한국산업조직학회를 통해 발표됐다. 골자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가 불분명하고,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행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시장지배력에 이견이 있어 의견을 개진한다. 우선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행사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인 설문조사는 설득력이 약하다. 논문은 SK텔레콤의 모든 요금이 10% 인상되고, 경쟁사 요금이 그대로인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2000여명을 대상으로 물었다.
손해가 발생할 정도로 충분히 많은 사람(49.9%)이 경쟁사로 가입을 전환하겠다고 응답했다며 설사 지배력이 있더라도 SK텔레콤이 요금인상 형태로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지배력을 보유하고, 이로 인해 현재 요금이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최적의 요금이라면 오히려 이 수준에서 요금을 인상하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설문 결과는 SK텔레콤의 지배력 행사 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지배력 행사 여부를 이런 방식으로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 출발점이 현행 가격이 아니라 경쟁적 시장가격(유효경쟁 하에서의 균형 시장가격)이어야 한다. 10년 이상 SK텔레콤의 원가보상률이 120% 안팎을 유지했고, 후발사의 원가보상률이 100% 선에서 등락하거나 100% 이하에서 유지된 점을 고려할 때 SK텔레콤의 현재 요금이 경쟁적 시장가격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 LTE를 2G·3G와 다른 별도의 시장으로 획정하고 LTE 중심으로 경쟁평가를 하자는 주장은 기술 간 대체성 일면만 보고 내린 결론이며 분리획정으로 인한 추가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논문은 3G와 LTE 간 불완전한(비대칭적) 수요대체성(설문조사 결과, 3G 요금이 10% 오르면 LTE로 가입 대체가 많이 발생하지만 LTE 요금이 10% 올라도 3G로의 대체는 크지 않은 경향성)과 공급대체성이 부족(제공사업자 차이 및 주파수 허가 필요)하다는 점, LTE 이용자가 전체 이동전화 이용자의 60%를 넘었다는 점 등을 들어 LTE를 별도 시장으로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TE를 별도 시장으로 획정하게 되면 LTE 시장에서 SK텔레콤은 가입자 점유율이 47.4%(2013년 12월 기준)로 떨어져 시장지배력 보유의 1차 추정에서 배제된다. 논문은 2G와 3G를 분리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합치든 분리하든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가입자 기준으로 51~53%를 기록하게 돼 지배력을 보유한 것으로 1차 추정된다. 그렇다면 2G·3G 시장에서 지배력 문제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LTE에서 발생하는 일방적 수요대체성 때문에 2G·3G 시장에서 지배력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시장획정이나 지배력 평가에 이러한 비가격적인 세부사항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총체적 가격인상에 대한 이용자 반응을 묻는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LTE와 2G·3G를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경쟁정책의 목적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가격인상 테스트를 중심으로 한 시장획정 방법론과 점유율 구조분석을 통한 시장지배력 평가가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다는 학계 일각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 heesu.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