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최종 제재수위를 확정해 오랜 기간 끌어온 KB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 건은 회장과 행장 간 내부 갈등, 주전산장비 교체를 둘러싼 진실공방 등으로 수개월간 금융권 최대 이슈가 돼 왔다. 금융당국의 위상은 물론 국내 최대 은행의 조기 정상화 여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종 결론 나오나
금융위는 일단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빠른 결론 도출로 KB금융 조기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원회 제재는 위원장 단독 결정이 아닌 위원회를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 위원 간 이견이 나오면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위가 최종 결정을 내려도 임 회장 측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임 회장은 금융위 개최 직전까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중징계의 부당함과 주전산장비 교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행정부(금융위) 결정 이후에도 사법당국에 행정 소송 제기 등 추가 대응이 예상된다. KB를 둘러싼 문제가 향후 수개월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제재시스템 구조적 문제점 노출
제재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사전 통보, 제재심의위원회 판단, 금감원장 결정 이후에도 금융위원회 최종 판단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KB사태를 두고도 회장과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중징계-경징계-중징계’로 의견이 계속 엇갈려왔다. 이날 금융위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는 데다 법원으로 사안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동일 사안을 두고 판단 주체마다 징계 수위가 엇갈리는 것은 큰 문제”라며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너무 긴 제재 절차로 해당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권 전반에 피로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를 의결기구로 전환하거나 금융당국 최종 판단을 일원화하는 등의 시스템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다.
◇양측 모두 징계 합당한가
금감원은 KB국민은행 주전산장비 교체 과정에서 허위보고, 내용 누락 등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장과 행장이 대립하면서 내부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것도 징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제재의 핵심인 주전산장비 교체 건만을 놓고 보면, 문제를 일으킨 측과 이를 고발한 상대방이 모두 중징계를 받는 꼴이 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끄러운 문제를 야기했다며 금융당국이 이해가 엇갈린 양측 모두에 제재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며 “이번 사태로 금융사 내부고발 등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커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주전산시스템 전환과정의 위험을 보고받고도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 건을 금감원에 고발한 이 행장에 대해서도 위법과 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사태 확대를 방치한 책임을 물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