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1일 미국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IDF) 2014’ 행사장. 기조연설자로 나선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손에는 자사의 최신 웨어러블 팔찌 ‘미카(MICA)’가 들려 있었다.
그는 미카에 대해 “누구나 착용하고 싶어지는 팔찌”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작 CEO 자신은 착용하지 않았다.
미카는 인텔이 지원하고 디자인 기업 ‘오프닝세레모니’가 만든 팔찌로 지난 주 뉴욕에서 처음 소개됐다. 모바일 시장의 부진을 털고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정조준한 인텔의 첫 번째 야심작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카에 대해 알려진 것은 팔찌 형태에 작은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는 점 뿐이다.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한다. 인텔의 모바일 기기와 PC, 태블릿 등과의 ‘연결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같은 시각, 애플은 ‘애플 워치’를 공개했다. 둥근 사각형의 시계 디자인은 취향에 따라 갑론을박이 오고 갔지만 애플 워치와 아이폰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성과 내장된 새 기능이 소개될 때쯤엔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기의 분명한 쓰임새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작은 화면에 알맞은 사용자 환경을 만들어 스마트 워치를 일반 소비자들이 실제로 착용하고 싶어 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우리 기업은 물론 샤오미 등 중화권 제조사도 뛰어들면서 IoT 시장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다양한 기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무조건 출시부터 하고 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생존 조건은 출시 속도보다 첫째도 둘째도 ‘착용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보다 ‘쓰임새’의 포지셔닝이 확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용도가 불분명한 어설픈 액세서리에 지갑을 열 소비자는 없다. 인텔, 애플 등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고객 중심의 철학과 고민이 녹아든 웨어러블 기기가 성공을 담보한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