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friend)와 적(ememy)의 합성어 프레너미(Frenemy). 협력관계이면서도 경쟁적인 관계를 뜻하는 단어다. 구글과 삼성은 대표적인 프레너미 관계다.
구글은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삼성에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를 제공한다. 삼성 스마트폰이 많이 팔릴수록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은 탄탄해진다. 양사의 결합은 하드웨어와 OS를 모두 가진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더 끈끈해졌다. 삼성과 애플의 2차 특허소송에서는 구글이 적극적으로 삼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양사는 올 초 향후 10년간 모든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10년간 특허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확률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돈독한 동맹 관계지만 최근 양사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삼성이 구글 O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손을 잡고 새로운 스마트기기 운용체계인 ‘타이젠’ 개발에 나섰다. 삼성은 올해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 ‘기어2’를 출시했으며, 내년 초 타이젠 기반 스마트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스마트홈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독자 OS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삼성이 구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에 구글지도 경쟁서비스인 노키아 ‘히어맵’을 탑재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노키아 관계자는 “히어맵이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타이젠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기어S에 독점적으로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개발에 힘을 쏟은 뒤로 구글은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 소송에서 예전처럼 삼성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삼성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월 래리 페이지 구글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타이젠 기반 스마트기기를 개발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구글도 하드웨어 개발을 추진하면서 양사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올해 말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구글TV와 구글글라스 등을 내놓았다. 구글이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랩스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양사의 프레너미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타이젠으로 갈아타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 타이젠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고 사용자도 적다. 구글 또한 아직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서로의 도움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