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검색 사업에 진입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구글은 휴대폰 사업에 진입했지? 구글은 아이폰을 죽일 작정이야.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놈의 사악해지지 말자? 개소리야.”
애플과 구글의 동맹이 깨지자 스티브 잡스는 불같이 화를 낸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까지만 해도 애플과 구글은 미국 산업계에서 가장 끈끈한 동맹을 자랑했다. 양사는 동종 기업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만들고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구글은 아이폰 사업의 핵심 협력 업체였다. 구글에는 구글검색, 지도, 유튜브 등의 소프트웨어가 아이폰에 잘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팀도 있었다.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던 동맹은 구글의 변심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지 2년 만에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한다. 같은 분야에서 경쟁을 하게 되자 양사는 자연스럽게 친구에서 적으로 변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두고 양사가 경쟁하게 된 것이다. 화가 난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간 구글 검색 기술을 빼버린다. 대신 앙숙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 엔진 ‘빙’으로 대체했다.
구글 또한 반격을 시작했다. 2012년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사들인다. 와이어드 기자인 프레드 보겔슈타인은 모토로라의 매각 이유는 모토로라의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휴대폰 특허 기술을 가진 기업을 갖게 되면 애플처럼 소송을 쉽게 거는 기업을 상대하기가 쉽다”고 분석했다.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를 갖고 있으면 애플에 대응할 휴대폰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들은 과거처럼 동맹관계로 당분간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구글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맞붙기 때문이다. IoT 분야는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IoT 시장 규모가 2012년 4조8000억달러(약 4900조원)에서 2020년 8조9000억달러(약 9100조원)로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지난 6월 아이폰을 중심으로 각종 가전기기들이 연결된 스마트홈 플랫폼 ‘홈키트’를 공개했다. 홈키트 협력사는 필립스, 오스람, 하이얼, 아이디바이스, 아이홈, 브로드컴 등이다.
구글도 스마트홈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중심으로 가전제품을 연결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올 초 자동온도조절 장치 등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 네스트랩스를 인수했다.
양사의 대결은 과거 그 어떤 기업들의 대결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들로 접속하는 커뮤니티, 클라우드의 지배권이 걸려 있다. 한쪽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 많아지면 다른 쪽으로 넘어갈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프레드 보겔슈타인은 “애플과 구글만큼 자금력과 세력권이 넓은 기업은 없다”며 “이 싸움에는 그 어떤 각축전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이권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