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세계 시스템반도체 2위 국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와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팹리스 미디어텍이 대표적인 대만 업체다. 대만은 지난 1980년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뒤 업체 간 협력과 적재적소에 맞는 국가 지원을 기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평이다.
대만은 TSMC를 필두로 한 파운드리와 중간 역할인 공정 설계 업체(디자인하우스), 팹리스 간 선순환 에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파운드리 업체 UMC가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등 파운드리-팹리스 간 혈연관계도 보편화돼있다.
TSMC·UMC 등 파운드리는 자체 칩이 없는 퓨어 파운드리로, 다양한 설계자산(IP)를 구비하고 있으며 소량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규모가 작은 팹리스도 정부가 팹 비용(NRE)을 지원하기 때문에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고 설계 능력이 없는 회사들은 디자인하우스를 통해 주문형 반도체(ASIC)를 맡긴다. 파운드리 업체가 나서서 이들을 지원하기도 하며 제조 일정을 제때 맞추는 등 서비스도 탁월하다.
대만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인 ‘신주과학산업단지’를 형성, 대대적인 지원으로 물리적 집적을 통해 산학연을 연결하고 효율성을 확보했다. 국책연구소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에서는 오픈 랩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직접 분사(스핀오프)나 창업을 장려한다. TSMC·UMC를 비롯해 1973년 설립 이후 200여개 업체 이상이 ITRI 출신이다.
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디딤돌도 정부다. 지난 1992년 국가 시스템반도체 설계·서비스 연구 센터인 CIC(Chip Implementation Center)를 설립했다. CIC는 산학 공동 시스템반도체 개발 과제를 연결·지원하고 전국적으로 IP 센터를 건립, IP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IP 거래·공유 환경을 구축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민간 협회를 꾸려 국가 IP거래소를 직접 운영하고 학계에서도 사업화에 맞게 칩을 개발하는 등 서로 협업한다.
최대 경쟁력인 설계 인력도 정부 주도로 유치했다. 대만은 지난 20여 년간 실리콘밸리 출신의 자국 엔지니어를 대거 귀국하도록 유도, 업계는 물론 학계에 두루 분포하게끔 했다.
조한진 SW-SoC융합R&BD 센터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계는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필수”라며 “중소기업 중심인 팹리스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 정부가 이를 키울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고, 대기업이 사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