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만 부품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안 리뷰 등 주요 일본 언론이 14일 전했다. 이들 외신은 대만 업체들이 금속 케이스, 내장 카메라의 광학 렌즈, 터치패널 등 주요 부품에서 큰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소재부품 강국 일본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자조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기업들 역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금속 케이스로 세계 시장 호령
지난 9일 공개된 애플의 신형 아이폰에 장착된 금속 케이스는 대만 캐처 테크놀러지스(가성과기)의 작품이다. 기존엔 혼하이가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캐처와 애플이 수주 물량을 나눠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캐처는 PC 등 전자제품의 금속 케이스 전문업체로, 30%의 시장점유율(생산능력 기준)로 이 분야 세계 최고 업체다. 특히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의 미세 가공 기술로 정평이 나있다.
작업 시간이 개당 약 30분으로 오래 걸리지만, 외관 마무리가 깔끔하다는 평이다. 이번 신모델에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애플의 의도에도 부합한다.
이비인후과 의사 출신인 알렌 홍 사장이 지난 1984년 설립한 캐처는 “금형과 표면 처리 기술은 모두 자체 개발했다”며 “스마트폰용 케이스는 현재 HTC와 소니에 제공중이며, 신형 아이폰용은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 능력을 작년말 대비 30%까지 증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자기기 금속 케이스는 캐처와 혼하이 등 5대 대만업체가 전세계 시장의 90%를 독식하고 있다.
◇광학렌즈도 대만제 우세 내장 카메라의 광학 렌즈도 대만이 ‘갑’이다. 라간정밀(大立光電)은 30% 이상의 세계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을 자랑한다. 라간은 400개 이상의 자체 특허를 통해, 두께 0.1㎜의 초박 렌즈를 생산한다.
현 CEO인 린은핑의 아버지이자, 이 회사 창업자인 스캇 린은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참패했었다”며 “그때를 거울 삼아 ‘저가형 플라스틱 렌즈’ 등의 특허를 재빨리 취득, 스마트폰에서는 일본 업체들을 모두 따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사출성형 기술과 생산 장비, 높은 정밀도와 생산 효율성을 바탕으로 라간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증가세다. 현재 주력 렌즈는 800만 화소지만, 1000만 화소 이상급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린은핑 CEO은 덧붙였다.
◇중국업체와의 경쟁 치열
대만 TPK는 시장점유율 10~20%로 세계 터치스크린 패널 1위 업체다.
TPK의 강점은 가벼운 터치만으로 조작 가능한 ‘정전 용량식’ 기술이다. 지난 2007년 개발돼 첫 아이폰 모델에 전격 채택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후반부터 사세가 기울고 있다. 중국 O-필름텍의 공세 때문이다.
하지만 O-필름텍이 유리기판 대신 ‘필름기판’을 사용, 기존 대비 30% 저렴한 가격으로 TPK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발전한다”며 “아무리 기세등등한 대만 부품업체라 하더라도 한순간 훅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3대 스마트폰 부품업체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