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 생태계를 자랑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 기술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솔루션(콘텐츠)과 이를 구현할 플랫폼 제작 환경에서의 강점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사이니지를 ‘광고판’이 아닌 ‘융합 매체’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가 과감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전행정부의 옥외광고법 개정안이 ‘광고물 자유표시구역제’를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에 구체적 시행방안을 넘겨 놓은 상태여서 자칫하면 또 다른 규제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발표한 ‘방송산업 성장전략’에 스마트미디어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육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한바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광고가 아닌 ‘매체’로 본 정부 차원의 첫 시각이라는데에 의의가 있지만, 이를 산업으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육성 전략이 병행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내년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본격 개화기로 보고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투명 디스플레이, 거울형 디스플레이 등을 이용한 사이니지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으며, 상업화까지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간의 연합전선 구축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투명 디스플레이로 만든 사이니지를 냉장고 문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키오스크코리아가 유통업계와 공급 논의를 하고 있으며, 동작인식 사이니지 솔루션을 개발한 브이터치도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시연 후 “꿈이 현실이 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김형태 키오스크코리아 연구위원(이사)은 “(개발품이) 냉장고 문으로서의 기존 역할 뿐만 아니라 광고매체로도 활용할 수 있어 사이니지의 다양한 가능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솔루션 개발 업체 중심의 업체 14개가 지난해 ‘디지털융합협동조합’을 설립해 업체 간의 기술 및 정보교류에 나섰고, LG전자와 삼성SDS 등 대기업도 기획에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건축까지 이들을 위한 지원에 적극적이다. 소규모 스타트업의 창의적 상상력이 대기업 제조 사이니지를 채우는 콘텐츠가 되어 시장을 키우기 때문이다.
김성원 디지털융합협동조합 이사장은 “디지털 사이니지는 스마트미디어의 일부로서 개인 매체인 모바일 기기, 가정 매체인 스마트TV 등과 결합한 공공 매체로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도 이를 융합 매체로 인식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